[에세이] 두 번째 진급 누락을 겪으며
진급 발표를 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 1년 동안 회사 사이트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들어갔던게 부지기수인데,
진급 발표라는 걸 머리 속에 하나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자연스레 들어가본 걸 보면 사람의 촉이란 대단한가보다.
어쨌든.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결과를 받아들이는 건 참 아픈 일이다.
몇 년 전 될거라는 기대를 잔뜩 품었었던 과장 케이스 때 크게 한번 얻어맞았을 때
차장부터는 누락되도 좀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봐도 안될 확률이 100% 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받아보고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건지.
아이 아빠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축하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혼으로 나는 다 잃었는데,
모든 걸 다 가진 그 사람이 밉고 또 미워졌다.
그러다 내 옆에서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를 보니
'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이 아이와 함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괜찮아지는 건 아니지만,
어쩔 줄 몰라하며 다른 생각이 안들고 아무것도 못하기만 했던
몇 년 전의 나보다는 훨씬 괜찮은 걸 느꼈다.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진급이라는 거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시달리는 거 보면
내가 얼마나 나약한지 생각하게 된다. (비단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안 되는 것보다,
나보다 더 열심히 안 하고 일 못하는 사람은 된다는 게,
줄을 잘 타서, 부서 빨로, 운이 좋아서 되는 그런 케이스들을 보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런 운도 없냐고 화가 났었다.
누가 열심히 하라고 그랬던 것도 아닌데 열심히 노력한 내가 한심해서
그 시간들이 후회되서 더 열심히 화를 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조직을 이해했다.
그래, 언제 결혼하고 출산할지 모르는 여직원보다 남직원이 더 낫지
그래, 똑똑한척 자기 의견 내는 직원보다 시키는 대로 네네 하는 직원을 시켜야지
난 그렇지 않자나 하며 자기 비하도 서슴지 않았다.
더 돌보고 챙겨야 한 건 나였는데도 바보같이 또 회사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러지말자.
나부터 위로하고,
나부터 돌보며,
더 이기적으로 내 삶을 살아보자.
이렇게 생각해도 일은 찰떡같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미는 하루아침에 못 버리겠지만
또 나를 버려두는 건 하지 말자.
내 마음이 다치게 하지말자.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 졸업연설에서
남의 인생을 사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언젠가 누군가는 회사 점심시간에 이 영상을 보고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던 가게를 차렸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당장 회사를 그만둘 용기는 없지만,
나를 돌볼 용기는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며 우울해지지 말고,
운이 없는 것 같아 서글퍼하지말고,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나만 생각하며 기운내길,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본다.
하루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