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책리뷰_고전1] 노인과 바다_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swmom 2021. 3. 30. 14:58

 

 
중학교 때 이 책을 붙들고 씨름을 했었다.
바다에 나가 노인 혼자 낚시를 하며

사투를 벌이는 이 소설이
왜 유명한지, 꼭 읽어야하는 필독서인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졸릴 뿐이었고 방금 읽은 구절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았다.
노인이 낚시를 하는 것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고전을 읽어보자고 마음 먹고 읽은 첫 번째 책,

바로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문예출판사 제작)이다.


평소에 난 아직 스무살 청춘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 나이를 가끔 까먹는다. (까먹고 싶은 건지도..)
나이를 입 밖으로 내는 일이 잘 없고,
언제부턴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극공감하며 나이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의식안하려고 하는거겠지..)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으며 한 문장 한 문장,
공감되고 전율이 이는 걸 느끼면서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
이 책을 이해하기에는 학교와 집이 세상의 전부이자
모든 경험의 배경이었던 중학생으로서는
어려운게 아니라 멀 모르기에 알 수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이 든다.

설령 머리로 이해했다 하더라도 인생의 쓴맛을 좀 겪어보고

좌절과 이별의 아픔에 눈물 흘려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 이런 꼰대같은 소리를 하는거 보니 정말 나이를 먹음을 부인할 수 없어진다...쩝)


이 책에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
내용을 80프로 이상을 노인 혼자서 이끌어 간다.
84일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은
큰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다.
원래 소년이 노인과 함께 했었지만
40여일을 고기 한마리도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님이 다른 배에 태워버렸다.
물병 하나 챙겨 배에 오른 노인은,
배보다도 큰 물고기를 낚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물고기를 무리하게

당겨올리다가는 잃게 된다는 것을 알고

때를 기다리며 며칠을 보낸다.

물고기가 이끄는 대로 먼 바다로 나가며
물고기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다 부상도 입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지만 견뎌낸다.
그러다 마침내 물고기를 잡아 배에 단단히 묶어 항구로 돌아가는데

상어의 습격을 여러번 받으며 물고기 뼈와 머리만 가지고 항구로 돌아온다.

자신은 운이 다했다고 행운을 파는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노인이

며칠을 온 힘을 다해 지킨 큰 물고기를 잡아 올렸때의 환희와 기쁨도 잠시,
상어떼가 물고기를 조금씩 떼어먹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다

마지막엔 그마저도 못하고 체념하게 되는 모습에서 지치려는 내게 노인은 말한다.

"좋은 일은 오래 가지 않는가보다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것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고기 따위는 잡지 않아도 좋았을 테고,
그리고 나는 침대 위에서 신문이나 혼자 보고 있었을 게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니까"
노인은 말했다.
"인간은 죽을지는 몰라도 패배하는 것은 아니니까""
(-P107쪽 중)


물고기, 상어와 사투하며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노인,
아마 그때였으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80여일이 넘게 물고기 한마리 못잡은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인가

"지금은 없는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 할 때야"
(P116쪽 중, 칼을 갈 숫돌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며, 가져왔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하는 말)

살다보면 왜 나만 기회가 없는지,
행운은 왜 나를 빗겨가는지,
내가 가진 부족한 것들에게만 자꾸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노인은 끊임없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단호하게 말한다. 알아듣기 쉽게. 짧게. 그래서 더 잘 집중되도록.

"그러나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틀림없지,하고.
다만 운이 내게는 없다는 것뿐이지.
하지만 운이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운이 오늘 닥쳐올지도 모르며,
아무튼 매일매일이 새날 아닌가 말이야.
재수가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기는 하지만,
그러나 나로서는 정확하게 하는거다.
그래서 운이 돌아와주면, 나는 준비를 다하고 기다리고 있는 셈이니까 말이야."(-P34쪽 중)


온 정성을 다해 노력을 쏟았는데도 그에 따르는 보상이 적절하게 오지 않으면 더 크게 좌절하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앞으로 기회가 더 없다고 생각하면 다시 일어설 힘조차 내기가 쉽지 않은데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노인은 의연하게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모든 힘을 쏟던 대상이었는데
지나간 과거라고 덤덤히 말한다.

"노인은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인에겐 모든 것이 지나간 과거였다.
다만 배를 잘 조정해서 어김없이 모항으로 되돌아가는 일만 남았을 뿐이었다."(-P125쪽 중)

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의연해질 수 있나
이제는 더 어쩔 수 없는 지나간 과거에 내 정신과 마음을 붙들고 괴로워하는 일은 어리석다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노인에게
"네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그 과거로부터 나오는게 잘 안되네요.."라고 말하는 바보같은 나..

지금의 나도 언젠가 돌아봤을 때의 지나간 과거겠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미래의 내가 되는 것을 잘 알기에
후회하고 좌절하며 힘을 뺏기는 것에서 벗어나보자.


"늙은이는 왜 이렇게 일찍 잠에서 깨는지 모르겠구나. 좀 더 긴 하루를 보내고 싶어서일까?" (-P26쪽 중)

"그러나 노인은 그런 예감을 입 밖에 내서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뭔가 좋은 일은 말하면 대게 일어나지 않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P46쪽 중)

"기회란 그것을 잡는 저에게는 항상 새로운 것이니까"
(-P70쪽 중)

"노인에게는 전혀 희망이 없었다.
있는 것은 다만 결의와 무뎌지지 않는 적의뿐이었다."
(-P106쪽 중)

"행운이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법인데
누가 그것을 알아본단 말인가?"(-P122쪽 중)

"뭐니뭐니해도 바람은 우리의 친구라니까,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때에 따라서는 아니지만. 거대한 바다, 그곳에는 우리의 인생도 있고 적도 있지, 노인은 생각했다."(-P125쪽 중)


바다 같이 깊고 넓은 인생을 살다보면,
때로는 친구가 되고, 적이 되는 바람같은 존재를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생..


고전을 왜 읽으라고 하는지
고전이 왜 고전이라고 불리는지
고전은 지루하고 읽기 힘든 책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책이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님께
어렸을 때 작가님을 오해했어요
노인이 낚시하는 내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 왜 꼭 읽어야하는 필독서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인생을 아직 잘 몰라, 삶의 경험이 적어서, 그랬던 거지요... 이런 소재로 읽기 쉬운 문장이지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확실하기만한 멋진 글을 쓸 수 있었던 작가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멋진 책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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