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_여행1] 도쿄산보_플로랑 샤부에 지음
해외 여행이 그리우신 분
여행 중 나만의 추억이 있는 거리를 갖고 계신 분
일본을 그 중 도쿄를 좋아하시는 분
도쿄에서의 추억이 있으신 분
2006년 도쿄를 다녀오신 분
smap를, 키무라타쿠야를 좋아한 적 있으신 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시는 분
책 읽기는 싫은데 만화책은 좋아하시는 분
책은 읽고 싶은데 무거운 주제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싶으신 분
그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북큐레이터 하루인입니다 : )
여러분은 마음속에 품고 계신 나라나 도시가 있으신가요?
저는 도쿄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예뻤던 나이에(여러가지 의미에서ㅋㅋ) 있었던 곳이고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스스로 노력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어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바이또(알바) 가야하는 친구들에게
책 읽어달라, 내가 읽을테니 발음을 고쳐달라, 티비에 나왔던 모르는 표현 뜻을 알려달라 귀찮게 하고
잘때도 티비를 틀어놓고 메모하고 따라 읽으며 고3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었거든요)
무엇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제게 큰 사랑을 베풀어준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그립습니다.
취직하고 시간날 때마다 혼자 도쿄에 가서
학교 끝나고 한국어 과외를 해주던 이치가야역 2층 스타벅스에 몇시간씩 앉아있기도 하고
목적지 없이 소토보리를 따라 쭉 걷기도 하고
콘비니(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학교에 가서 먹기도 했었습니다.
그리워서 갔는데 그 곳에서 학창시절 함께 하던 친구들과 인연들을 더 그리워했습니다.
일본에 있던 일본 친구들과는 저녁에 만나 맥주 한 잔씩 하며 안부를 묻고 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왔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늘 궁금했지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 간의 교환학생 기간 동안
저는 참 많이 변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교, 활동하던 동아리 밖에 모르던 우물안 개구리에서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문화가 있구나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h 발음을 못 한다는걸
프랑스에서 왔던 알렉스(실제 이름은 엄청 길었어요)가 미국에서 온 홀리를 올리라고 부를 때 처음 알았고,
완제품으로 사먹기만 했던 스파게티 토마토 소스를 실제 토마토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걸
독일에서 왔던 키가 컸던(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친구를 보며 처음 알았고
러시아 부부 학생들이 만들어 줬던 내생애 처음 만난 러시아 음식(한입 겨우 먹었던 것 같아요..),
말수가 적고 목소리가 낮았던 영국 친구의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고 좌절하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 다른 지역에서 왔던 친구들이 본인들도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고,
영어라고 다 같은 영어가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들 덕분에 1년 동안 44개 도도부현(일본행정구역)을 다 가보며
일본의 매력에 푹 빠졌었죠
여행 다녀온 곳 이야기를 일본 친구들에게 하면 항상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준짱 거기도 가봤어? 에~ 나도 안가봤는데~ 일본인인 나보다 더 많이 가봤네~'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ㅎ
많은 경험을 하며 일본어도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언어 전공도 아니고 교환학생 가기 전에 학원에서 배운 특유의 나마리(억양)로
겨우 기초 일본어를 말했던 것에 비교하면 과장을 좀 보태어 일본인인줄 알았다는 말도 몇번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어로 회사에 취직하여 직장생활도 했었구요 (한번도 일본어 관련 업무를 한 적은 없지만요^^;)
그렇게 좋아하는 곳인데 마지막 가본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네요..
그래서 이제는 지명도, 거리 이름도, 위치도, 음식이름도, 친구들 이름도 머 하나 선명한게 없습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는데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책 제목부터가 "도쿄산보"(플로랑 샤부에 글 그림/(주)자음과모음 제작)입니다.
이 책은 프랑스인 저자가 여자친구와 함께 약 6개월간 도쿄에서 지내며
도쿄 구석구석을 보고 느낀대로 그림으로 그린 책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이건 정말 똑같잖아 하는 감탄
나도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면 여행 가서 한곳에 앉아 진득이 바라보며 느낄수 있을텐데..하는 부러움
맞아 여긴 나도 갔었어 하는 반가움
다음에 가면 여기도 가봐야겠다 하는 다짐
그래 이런 곳이 있었어 하는 그리움 등등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보통 여행을 가면 사진을 많이 찍잖아요
여행에서 돌아오면 카메라에 그대로 넣어두고
다음 여행 갈 때가 되어서야 외장하드에 옮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만난 장소, 물병, 사람들, 티켓, 건물을 그림으로 하나하나 남긴다면
많이 담지는 못해도 오래오래 아니 평생 기억할 수 있어서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그림 속에 남은 내용 뿐 아니라 그 그림을 그리는 순간까지요..
그래 이 그림을 그릴 때 비가 왔었지
그래 이 그림을 그릴 때 난 커피에 도너츠를 먹었었어
그래 이 그림을 그릴 때 지나가는 할머니가 웃어주셨어... 이렇게요
그리고 책 읽다 깜짝놀랜건,
작가의 여자친구가 다닌 학교가 제가 교환학생 갔던 곳과 같은 곳이라는 거에요
그건도 제가 있었던 때와 같은 시기에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인데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는 힌트들을 조합해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맙소사. 어쩜 작가의 여자친구와 제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세상 정말 좁다는 걸 여기서 또 느끼네요 ㅎㅎ
제가 다닌 학교 앞에는 정말 도쿄 도심 한가운데 있을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낚시터가 있었어요.
처음 낚시터를 보았을 때 엥 이게 왜 여기있어 생각했었습니다.
낚시터를 볼 때면 늘 이런 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지,
물고기를 잡으면 어떻게 하는 걸까 늘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그 낚시터가 주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참 좋아지더라구요.
그 낚시터를 직접 바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준
작가의 그림에 한참을 그 페이지(-94page)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전 SMAP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키무라 타쿠야를 좋아했다고 해야겠네요.
친구가 선물해 준 (10대 때도 안하던) 키무타쿠의 큰 포스터를 방문 앞에 붙여놓고
뽀뽀하며 찍었던 사진을 볼 때면 지금도 쥐구멍을 찾게 됩니다^^;
키무타쿠 때문에 SMAP를 알게 되었는데
장수그룹으로 함께 하는 것도 당시에는 신기했고(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TMI 지금은 해체했습니다)
먼가 외모적으로 눈에 띄는 멤버들의 조합은 아닌데 왜 국민 그룹일까 궁금해하며 관찰하니
(그 당시에는 버라이어티에 SMAP멤버들이 워낙 레규라(고정)으로 많이 나와서 저절로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네요)
한 명 한 명 정말 매력이 넘쳤습니다. (아직까지 고로의 매력은 모르겠구요....이나가키상 스미마셍...)
그런데 작가도 아마 저랑 같은 때 일본에 있었으니 SMAP의 인기를 느껴서일까요
멤버들을 그렸는데......너무 웃겨서 혼났습니다. (-196 page)
이건 너무 했자나...하면서도 그 당시 멤버들의 헤어스타일부터 느낌을 어찌 이리 잘 살리셨는지요..
책장은 금방 금방 넘겼는데
간만에 추억에 잠겨 여운은 길었던 책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