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노트

[에세이] 코로나 검사를 받다,

swmom 2021. 4. 25. 18:23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꼭 나도 같이 걸린다.

돌 즈음, 복직 후 전 시댁에 맡겼던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사촌형에게 옮아

매주 감기를 달고 지냈는데,

면역력이 바닥을 치던 나도 같이 감기를 달고 살았었다.

조용하던 사무실을 내 기침 소리로 채우면서 눈치보며 일했던 게 2년 전..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나네...)

 

 

이번 주 기침 감기가 심하게 걸린 아이를 돌보느라

밤에 잠을 못자고 새벽 출근을 하고 했더니

나도 금새 감기에 옮아 콜록 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니... 밖에서 기침도 맘편히 할 수가 없다.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대중교통에서 기침이라도 한번 하면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기가 힘들다.

한정된 인원이 근무하다보니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서 무리했더니

목이 많이 따가웠다. 집에 와서도 편하게 쉴 수 없이 아이를 봐야하니..

몸이 좋아지는 걸 바라는게 욕심인거겠지...

 

기침이 심해진 날, 힘들게 출근해서 근무를 하려는데

평소에 유난스럽기로 유명한 매니저가 내 기침을 듣고 괜찮냐고 물었다.

내가 걱정되서 그렇게 물어준 것도 있겠지만,

이내 속 마음을 드러낸다. 검사는 했냐고.

솔로인 매니저님과 다르게 출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보기 바쁜

싱글맘은 그럴 시간도 편히 낼 수 없기에 서럽기도 했지만,

기침 몇 번 했다고 바로 그렇게 묻는 것도 너무 하다 싶었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직장이 폐쇄되면 안되니까 검사를 하라는 거였다.

 

밀접접촉자와 접촉한 것도 아니고 수시로 열을 체크했는데 정상인데

마치 이미 확진자인 것처럼 대하는 데 일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퇴근길, 대중교통에서 기침을 참아가며 힘들게 집 앞에 도착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부서 보직자였다.

회사에서 기침 많이 했다고 들었다며,

내일 근무는 쉬고 검사를 받고 오라고 하신다.

하....

이번 주에 아이가 많이 아파 근무 스케줄을 바꿀려고 부서 담당자 컨택했을 때는

연차는 못쓴다고 다음주 근무 사이 하루 있는 휴무랑 스케줄 변경까지 하면서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이럴 때는 내 연차쓰며 쉬라고 하는구나... 서럽고 섭섭했다.

 

코로나 시국이 시국이니, 감기도 걸리면 안되는데 걸린 내 잘못이지만..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혹시 확진이면 어떡하지 4살된 어린 아들도 검사해야하고

아이도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 이후 늘 집에만 있고 외출도 거의 못해서 집돌이가 된 4살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아이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직장은 또 어떻게 해야하지..

 

늦은 밤 집에 와서 검사소를 찾고 검사방법을 찾아봤다.

아이가 독감 걸렸을 때 나도 독감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 아프다는 후기가 많아 걱정이 되었다.

동네 사는 친구는 면봉이 뇌까지 들어간다며 겁을 주었다.

쫄보인 나는 밤새 거의 잠도 못자고 아침 일찍 집 근처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로 갔다.

오픈 시간 맞춰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군인분들께서 QR 코드로 개인정보 입력하는 걸 설명해주시고 차례를 기다렸다.

줄은 금방 빠졌다.

손소독을 하고 오른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하면

검체 채취 통을 준다.

검사는 30초도 안걸리는 것 같다.

움직이거나 고개를 뒤로 빼면 안된다고 하는데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안에서 빙글빙글 돌릴 때가 좀 괴로웠다.

 

어쨌거나 걱정했던 검사가 끝났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자가 격리를 하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려야겠지..

 

군인분들도 그렇고 방호복을 입고 몇 초마다 사람들을 검사해주시는 의료진 분들을 보니

너무 짠하고 감사드리는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힘드실까...

 

나도 아이가 있어 외출을 자제하고,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있지만

더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검사 받을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날이 있구나.

 

기분이 참 묘했다.

얼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음성으로.ㅠㅠ

 

기침도 얼른 멈췄으면 좋겠다...

나도.아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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