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노트

[육아일기] D+880 한쪽 눈만 깜빡이는 아들

swmom 2020. 7. 28. 18:36


며칠 전부터 선우가 눈을 많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낯가림이 심해 길에서 낯선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거나 유투브를 많이 봤을 때 간혹 그러기는 했지만,
최근 2-3일 간은 과장 좀 보태어 하루종일 눈을 깜빡깜빡 하는 것이다.

"선우야 왜그래? 눈이 아파?" 물어도 대답은 없고,
계속 깜빡깜빡. 특히 왼쪽 눈은 좀 심하게 깜빡였다.
"눈 그렇게 하지마" 라고 하면 더 심하게 깜빡깜빡.

유투브를 너무 많이 보여줘서 그런가
눈썹이 눈을 찌르나
자주 눈을 비비긴 했는데 왜 지금까지 그냥 뒀지 하는
자책과 죄책감을 느끼며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에 있는 성인 안과에 전화해 3살 아기도 진료 가능 하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데
걱정과 불안으로 속 타는 내 맘을 풀어주려고 그러는지
선우는 평소보다 더 개구지다.
우산을 청소기 삼아 병원 바닥을 청소해주고
소파 위에 올라가 바깥 풍경을 설명해주느라 바쁘다.
내 마음이 그걸 받아줄 여유가 없었을 뿐..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상태를 듣더니
신기한 물건을 처음 보는 듯한 표정으로 선우를 한참 바라 보신다. 딱히 전문적인(?) 검사나 치료는 일절 없이. 계속 관찰만 하신다.
그 순간 얼마나 불안하고 긴장되던지.

드디어 눈검사하는 듯한 기계로 눈을 보시더니
눈썹이 찌르는 것도 아니고
3살이면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서 그런것도 아닐거란다. 안과에서 볼 수 있는 의학적 소견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하신다.
그러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환경 변화가 있었던 게 있냐고 물어보셨다. 동생이 태어났냐고도 물으셨다.

"글쎄요.. 딱히 환경이 바뀐 건 없어요.."

정말 아직까진 이전 생활과 달라진건 없어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눈치 빠른 우리 아가가 표현은 안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아니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던건가
아직 완전히 표현을 다 하진 못해도 너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아가...

양쪽 눈을 깜빡이는 아이는 자주 있는데,
선우처럼 한쪽 눈을 더 작게 깜빡이는 건 처음 보신다고, 한동안 더 관찰하시더니 며칠 더 지켜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소아전문 안과로 가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증상을 핸드폰으로 녹화해놓으라고 하셨다.
대학병원에 갔을 때 아이가 괜찮은 모습만 보이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병원을 나오는데 당장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친구와 통화하며 말했더니 첫째 조카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심한 눈깜빡임 증상이 왔었다고 한다. 좀 괜찮아지나 싶으니 한쪽 어깨를 올리는 증상도 왔는데
잠깐 그 시기 뿐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다고 했다.
아주 드문 증상은 아닌거 같지만 앞으로 잘 관찰해야겠다.

그동안 쉬고 싶을 때나 밥 먹을 때 나 편하자고 아이패드를 쥐어준 걸 후회했다. 엄마가 미안해 선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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