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한달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성수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일주일이다.
내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쁜 시간엔 현장을 지원하고 내 일도 하다보니
아이는 전혀 신경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아빠도 병원을 가기 위해 올라와계셨기 때문에
엄마에게 덜 미안하고, 아이도 덜 걱정하며 회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최상위 보직자에게 다이렉트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고 수정을 하며 지적을 많이 받았다.
자네는 너무 겁을 내는 것 같다. 글을 쉽게 써라. 어려운 말을 쓰려고 하지 마라.
수사관이 아니라 변호인의 입장에서 써라. 팩트만 전달해라.
평일에 쉬는 날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메일을 붙들고 일을 하는 신세다 보니
주말 근무를 최대한 줄이고 평일에 출근하게 근무도 조정했다.
그런데 그냥 쉬는 날에는 보고를 하지 않고 쉬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데, 무리해서 하면서 쉬지도 못하고
피로가 쌓인채로 출근하는 것 보다는
충분히 쉬고 다음날 출근해서 제대로 하는게 더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라는 생각으로.
현장 지원하는 것도 처음에는 화가 났다.
내가 일이 능숙하지 못해서 내 일이 쌓여있는데,
지원을 하고 오면 퇴근은 퇴근대로 늦어져 아이도 운동도 내 시간도 못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매일 지원한다고 해도
1년 내내 그런게 아니라 지금이 성수기라는 특수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현장 지원들은 매일 매일 조출에 쉬는 시간도 없이 힘든데,
사무실 간지 일주일 만에 너무 사무실 사람처럼 생각하지 말자.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이번 여름,
올림픽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우리 선수가 반드시 승리하도록 두 손 꼭 모으고 기도하며 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기고 지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하는 몇 분 또는 하루 또는 며칠이라는 시간을 위해
4년 올해는 특히나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준비하고 훈련하며 보냈을 그들을 생각하니
한사람 한사람 다 위대하고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당연히 메달을 딸거라고 기대를 한다는 그 부담감을 받는 선수나
아무에게도 주목을 못 받는 선수나 모두 힘들었을 시간들을 버텨내며 기다린 올림픽이었을텐데,
경기가 끝나고 난 후 어떤 기분이 들지는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은 특히나 재미있었다.
흔히 효자 종목이라고 하는 종목 뿐 아니라 그동안 관심있게 보지 않던 종목들에서
다양한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일 놀라운 건 양궁,
제일 감동스러웠던 건 여자배구이다.
양궁을 보면서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 걸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세계로 많이 나갔지만, 그래도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인 거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김연경 선수나 여자 배구 선수들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연경 선수는 유명하고 잘 한다는 건 알았지만 경기를 실제로 보면서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의 배구 실력 못지 않은 리더십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하고 집중하게 하는 멋진 모습에 반했다고 할까.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박정아 오지영 등 다른 배구 선수들 모두 정말 멋졌다.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올림픽 폐막식을 한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