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_소설20] 가을의 유머_박정선 지음
맞다.
가을이라.
가을의 유머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집어들었다.
꽃가게를 하며 꽃꽃이 강사로 일하는 주인공(그 새 이름을 까먹었다..)과
헬스장에서 만난 가정교사선생과 전업주부 세 명의 기묘한 관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 안 될 건 또 머야 싶다.
짧은 결혼생활을 한 나로서는 앞으로도 경험 못할 일이긴 한데,
정말 부부가 오래 살면 바람이 피고 싶어지는걸까.
가정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사랑이 나누어질까.
감정을 숨길 수 없는 나는 남편을 완벽하게 속이면서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분명 바로 티가 날거다.
결혼의 유무가 아니라 나이가 들며 누군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라는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아 멀리하게 되는 거 같다.
아이가 있는 돌싱녀라는 내 처지 때문일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냥 누군가를 보며 가슴 설레하고 혼자 상상해보고 좋아하는 감정을 느낄 여유도 없고
그런 것 조차 이제는 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40대의 주인공들이 사랑에 뜨거운 날들을 보낸다는 글을 읽으며
피식.웃음이 나오긴했다.
"나에게 가을과 기다림은 잔인하도록 숨 막힌 탓이다. 21일이라는 시간이 문제였다. 나에게도 가을이 시작되면서 스물 한 번 해가 뜨고 스물한 번 해가 졌다. 날마다 내가 해를 끌어 올렸고 내가 해를 끌어 내렸다. 뿐만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21일을 하루로 압축해 버리고 싶었다.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다지만 아니었다. 시간은 지극히 객관적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주관적이었다. 시간은 앞만 보고 흘러가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은 우뚝 멈춘 채 서 있기도 하고, 분수처럼 허공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뒷걸음질치며 미친듯이 달아나기도 했다." (-P10쪽 중)
"감성을 일반적으로 센스와 감각으로만 알고 있는데, 전문가들 말에 의하면 창의력을 이끄는 지고한 힘이라는 거야. 그리고 감성은 연애감정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거고. 때문에 감성은 항상 역동적이라는 거지."(-P70쪽 중)
# 박정선 작가님께
단풍이 물들어 가려고 하는 가을의 시작에, 작가님 책을 만나
아주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설렘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재미있는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