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노트

[육아일기] D+1420, 손가락을 빠는 5살 아이

swmom 2022. 1. 19. 01:29

우리 아이는 아주 아기때부터 오른쪽 두번째 손가락을 빨았다. 쪽쪽이를 물려봤는데 바로 뱉어내고 항상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잠이 오면 수면 이불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 두번째 손가락을 한참 빨다 잠이 들고, 자는 중간에 선잠이 깰라 치면 바로 손가락을 입이 가져가곤 했다. 안정감을 주는 행동의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특이하게 두번째 손가락을 입이 넣고 동그란 눈을 땡그랗게 떠서 살짝 웃는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시그니처 포즈라고 해야하나. 아이 사진의 3할은 아마 그런 모습일거다.

그런데 영유아 검진으로 치과에 갔을 때 손가락을 빨면 구강 구조가 바뀌고 충치가 잘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아이가 앞니가 울퉁불퉁한 것도 그래서 그런가란 생각이 들며 고쳐줘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하지말라면 더 하고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튀어나오는지 오히려 아기때보다 더 자주 빠는게 아닌가.
그러다 어느 순간 봤더니 작은 손가락에 굳은 살이 두개나 생겨있고 그러다보니 손가락 굵기도 제일 굵었다. 이제 더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손가락 문어"란 책의 힘을 빌렸다.
손가락을 빨아서 생긴 굳은살이 알고보니 문어였고, 빨면 빨수록 커져서 학교를 못가면 안되니까 안 빨기
시작했더니 문어가 희미해지고 문어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빨아봤지만 더는 맛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작년부터 도서관에서 수시로 빌려서 읽어줬는데 항상 집중해서 잘 들더니 본인이 직접 읽어주기도 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더니, 지난 주말 판교 현대백화점 어린이미술관에서 이 책을 보고는 정말. 신기하게. 손가락을 안 빨기 시작했다. 두둥!!!!
2022년 1월 16일까지 손가락을 빨았음!!!

자다가 중간에도 안 빤다.
이건 무의식 중 행동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월요일에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 오는 차 안에서
"나 낮잠 잘 때 손가락 아주 쪼금만 빨았어" 라고 고백하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을 지었다.

역시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는구나.
빨리 서둘러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속도로 조금씩 성장해간다는 걸 느낀다. 엄마의 좁은 시야로 아이를 푸시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또 하게 된다.

손가락을 빨때 내는 쪽쪽쪽쪽 소리가 벌써 희미하다.
그리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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