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노트

[에세이] 뭣이 중한디

swmom 2022. 5. 26. 15:12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2-3개월 해외 출장을 갈 수 있는지 물었다.
내 언어 전공을 살린 지역이고, 여름에 있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마음은 이미 그곳에서 사는 내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당장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기에 가족과 상의 후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아이 아빠에게 솔직히 말했다.
2-3개월 아이를 볼 수 있냐고.
나는 몇 년 후 무조건 해외에서 아이 교육을 시키고 싶기 때문에 지금 주는 기회들을 잡고 싶다고. 예상은 했지만, 당연히 안된다고 했다.
양육권 넘기고 가라고 한다.
본인이 나중에 해외 가면 친권 넘기면 데려가겠단다.
아이가 의사 표현을 할 때가 되도 기회가 충분하단다. 그건 본인 입장에서나 그렇지
여자이고, 이제 40대이고, 아직 해외 근무 경험이 없는 내게는 그런 기회가 잘 없다.
그리고 이제 나 스스로 자신이 없어진다.
멀 몰라도 용감했던 때와 달리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겁만 많아진다. 같이 가서 애를 봐줄 사람만 있으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해주고 놀리고 싶은데, 일하러 나가는 거니까 그럴수가 없다.
그리고 아직은 혼자 응가도 못 닦고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이다. 누구에게 맡기고 가기도 사실 마음이 안 편한건 사실이다. 양육권을 넘기라는 말에 화가 났다.
제일 힘들 때 엄마 아빠 동생 올케가 고생하며 키웠고
지금도 육아가 우선 되어 회사 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내 시간도 없이 키우고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같이 살때도 본인 부모가 애 봐주는 걸로 엄청 생색 내면서 70먹은 노인네들이 보는게 맞냐며 나의 퇴사만 주장했으면서, 1시간애 한번 이상 담배 피러 자리를 비우면서,
이혼하고 차 바꾸고 같이 샀던 집 가격 상승한거 혼자 다 갖고 하고싶은거 다하고 자유롭게 살면서
어디한번 키워보란 소리도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내 아이가 제일 소중하기에 차마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부모들 싸움에 아이가 더이상 상처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미 고통받고 힘든 아이에게 더이상의 고통은 줄 수 없기에,
본인 여동생 애 둘 보는게 우선인 그 집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자식을 보낼 수 없다.
자기 하고 싶은거 다하고 살면서 꼴랑 양육비 몇 푼 주는 걸로 아비 노릇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을 못봐주겠다.

나에게 나중에도 기회가 있을까
그때가서도 누가 아이를 볼 지 걱정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할 수 있을까
당장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현실이 너무 갑갑하다.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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