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강, 걷기, 그리고 집
안녕하세요 에세이스트 하루인입니다 : )
한강에 왔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는 늘 한강을 찾습니다. 20대에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술 한잔 하며 속상함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다음날 일어나면 울렁거리는 속과 깨질듯 아픈 머리로 오히려 후회하게 되더라구요. 그때부터 전 한강을 걷습니다.
걷다보면, 생각이 정리 됩니다.
별거 아니야 라고 생각될 때도 있고,
예쁜 한강에 취해 가끔은 아예 그 생각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답을 찾으려고 온 것이 아니니
그냥 마음이 진정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
걷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머릿속만 건강해지는게 아니라
몸도 건강해집니다.
평생의 적 다이어트를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시간 정도 걷다 들어오면 뱃살이 조금 들어간 느낌을 받습니다.
때로는 너무 지쳐서 한강까지 나오는 것도 큰 결심을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만 넘기고 나오면 역시 나오길 잘했어 스스로를 칭찬하게 됩니다.
아주 오랜만에 한강 생각이 났습니다.
낮의 뜨거움은 생각나지 않을만큼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붑니다.
아마도 한낮의 더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 기분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많이 속상한 하루였습니다.
내 손으로 하나하나 꾸미고 가꾼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습니다. 단순히 집이 없어지는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을 이제는 머릿속으로만 기억해야한다는 것이 서글픈 것 같습니다. 이제는 사진과 기억에만 남는 공간이 되겠지요..
이곳에서 전
한때는 행복했고
때로는 울었고
그곳에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아들을 만났고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끝냈습니다.
한강에 오니 걷다 보니 오늘도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쌓여갈 추억들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이죠.
한강을 산책하듯 오게 된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저도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많이 울고 웃었고
많이 뜨거웠고
많이 외로웠고
많이 어렸었고
많이 고민하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서울이 아닌 새 보금자리로 가면
지금처럼 걸어서 한강은 못 오게 됩니다.
한강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한강에서 걷는 시간이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잘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또 올게, 한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