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책리뷰_소설45] 황금종이1_조정래 지음

swmom 2023. 12. 10. 20:43

 

 

이름만 보고 믿고 책을 구매하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 한분이 조정래 작가님이다.

후쿠오카에 온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조정래 작가님의 "한강"을 전부 읽고

감히 닮고 싶다는 생각조차 욕심이고 무리한 욕망인 걸 절감했었다.

작가님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한국에 돌아가면 태백산맥부터 아리랑까지 작가님의 모든 책을 정독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지난 주 잠깐 한국에 들렀을 때 온라인으로 그동안 읽고 싶던 책들을 주문하며

작가님의 신작이 나온 걸 보고 바로 구매한 책, "황금종이1"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돈"에 얽히고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태하라는 변호사의 주변 인물들이 돈에 얽힌 사건에 빠지게 된다.

생전에 유산을 넘긴 부모와의 약속을 거르고 부모를 고소하는 자식,

부모가 돌아가신 후 유산을 나누는 것을 두고 다투는 형제,

집이 가난해진 남자친구를 버리고 부잣집 남자에게 간 여자에게 복수하는 남자친구

월세를 4배 올려달라는 건물 주인을 망치로 내려친 남자,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다 잡혀가는 남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나타난 이복 동생에게 유산을 나눠주기 싫은 자,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목돈으로 로또만 구매하는 남자

 

책 속에 자주 적혀있듯이,

도대체 그 놈의 돈이 무엇이길래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고 연인이었던 사이가 살인을 저지르고

열심히 살아가는 범인을 범죄자로 만들게 되고 하는 것인지,,,

 

등장인물을 모두가 나의 주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이웃 같아서

더 가슴아프고 더 현실적인 이야기 들이라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돈이란 정말 많을수록 좋을까

대가 없이 얻은 돈도 가치 있게 쓸 수 있을까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행복한 것일까

도대체 삶이란 멀까

모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어차피 죽게 되는 삶 앞에

돈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돈 걱정 없이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최고라 생각했던 나도

코로나를 겪으며 내 또래의 3-40대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부를 축적했다며 그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고

비슷한 시기 회사에 들어온 동료들이 자기 나름의 자산을 불려

회사를 그만 두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 걸 보면서

돈 걱정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었다.

그동안 모은 돈도 집도 없는 서른 후반의 내 인생이 헛된 것만 같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내 자식에게 제일 좋은 것은 커녕 하고 싶은 것도 잘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근로 소득만 생각하며 살아온 내가 바보 같이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 걱정도 오래 가지 못했고

코로나 이후 다시 회사에 복귀해서는 그 이전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그저 회사생활만 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그렇게 1년이 가고,,,

이렇게만 살면 결국 내가 노동을 제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나에게 귀속되는 소득은 없는데 왜 이렇게 안일하게 사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얼 해야하는지 모르겠는게...사실이다.

물론 그걸 찾아야 하는 것이 회사 일 보다 중요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도무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한명 한명이 나 같아서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 누가 있을까.

죽을 때 싸가지도 못하는 돈인데 한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아끼고 애쓰는 삶이 옳은가

내일은 없듯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욜로하는 삶이 옳은가

 

소설이 아니라 뉴스 몇 건을 본 것 같은 책이다.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한국에 돌아가면 황금종이2 부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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