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로움에 적응하기
블로그에 얼마만에 글을 적는지 모르겠다.
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핑계는 굉장히 많다.
이사를 했고, 그래서 정리를 해야했고,
혼자서 아이를 보며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을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13년부터 8년간 쓰며 느려지고 느려진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보면
글을 쓰다가 화병이 먼저 날 지경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버벅되다보면
30분이면 쓸 걸 2시간 이상을 노트북 앞에 앉아있어도 마무리하지 못하는 글들이 있었다.
노트북의 속도를 기다려주기엔 나의 인내심과 현실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6년 쓴 아이폰은 액정이 박살나서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사로 지출이 많아서 여유가 없었지만,
더이상 기존 노트북을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새 노트북을 장만했다.
아마 블로그를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왠만한건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러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건
큰 화면을 마주보고 두 손으로 타자를 두드리며 하고 싶었다.
그 핑계로 노트북을 새로 샀다.
기술의 발전이 빨라도 너무 빠른 세상인데
핸드폰이며, 노트북이며 오래 쓰며 새로운 전자기기를 만질 기회가 없었다.
쓰다보면 그게 그거니까 무뎌지는 것도 있고 디지털형 인간은 아닌지라
전자기기에 욕심도 없다.
그런데 한번 쓰면 오래 쓰니까 살 때는 이왕이면 좋은게 사고 싶어진다.
그래서 박살난 핸드폰 액정 두달 가량 보면서도 아이폰 12가 나오길 기다렸고,
노트북도 삼성 갤럭시 북 플렉스로 구입했다.
제대로 활용해서 쓰지도 못하면서 왜 써라고 물어도 할 말이 없다.
그냥 그러고싶다.
낯선 것도 쓰다보면 익숙해지고,
손에 익으면 편해지고,
자꾸 보다보면 내 것처럼 정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온 지 딱 한달째다.
처음 며칠인 계속 악몽을 꾸었다.
내 집인데 내 집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자가와 전세의 차이인가 서러워질 때가 많았다.
집 안에 있어도 집 밖을 나가도 모든 것이 새로운 곳에서
안정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문득 문득, 이 동네가 참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여기 오고 자주 보는 동생과 올케, 올케 소개로 만난 지인 가족분들,
몇년 간 못봤던 동네사는 대학 동기, 내가 좋아하는 동생들,
그리고 집 근처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 백화점 등등
어느새 새로움에 설레하는 것보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더 좋아진 내가
요즘 부쩍 어른이 된 것 같다. (나이들었다보다 순화해서 표현하고 싶었다.)
어쩌다보니 새로운 것 투성이인 이 겨울,
언젠가는 적응되어 떠나보내기 아쉬워하겠지
오늘도 난 이 새로움이 적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