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노트

[에세이] 사라진 반찬가게

swmom 2020. 12. 25. 12:46

 

이 동네에 이사오고 처음으로 생긴 '단골가게'가 있다.

단골이라고 해봤자 세번 정도 갔었나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부터

하루에 한끼는 내가 먹고싶은 대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매운음식을 먹거나 귀찮을 땐 안 먹기도 하고 시켜먹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포인트로 주는 아동수당을 쓰기 위해서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반찬가게에 갔었다.

 

 

깔끔하면서도 다양한 반찬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어

나물부터 오징어볶음 등 한 번 사와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특히 김치찌개.

예전 시댁에서 싸주시던 김치찌개 맛이었다...

하.. 묘하게 그리웠나보다.

참 맛있었다.

 

한번 더 가서 김치찌개를 사와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다 먹으면 또 사와야지 생각했다.

재료 사서 요리하는 것보다 싸고 더 맛있으며 시간 절약도 된다 등

그 곳에 가야할 이유가 정말 많았다.

 

 

크리스마스연휴에는 문을 닫을 거 같아

미리 먹을 걸 좀 재워두자라는 생각으로 어제 일주일만에 갔었다.

그런데 문 앞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갔을 때도 전혀 그런 분위기는 없었는데,,,,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굉장히 친절하시고

평소랑 똑같았는데... 무슨일이지...

 

어제까지 좋은 감정으로 만나던 썸 상대가

갑자기 읽씹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쓸쓸하고 씁쓸했다.

허전했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반찬가게를 가봤는데

단골로 하려던 가게처럼 깔끔한거 같지도 않고

맛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기분 탓이겠지?

 

 

이상한 상실감에 터벅터벅 걸어서 집에 오는 길

상가의 몇몇 가게들이 코로나 2.5단계 조치로 연말까지는 가게 문을 닫는다고 붙여놓은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힘들겠구나...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묘한 위안과 더불어 찌릿한 아픔을 느끼고 돌아왔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