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노트

[에세이] 비가 와서, 빗소리가 좋아서

swmom 2021. 1. 26. 10:52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고 집을 나갔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다.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가 좋았다.

아이도 가만히 비 내리는 걸 보더니 오늘은 어린이집에 가기가 싫다고 했다.

한동안 씩씩하게 어린이집을 들어갔는데

오늘은 고개를 푹 숙이고 "선우야 이따봐" 하는데 울음을 터트렸다.

너도 그런 날이구나.. 엄마도 오늘은 이상하게 멍하니 빗소리를 들으며 있고 싶네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신문을 읽고 경제공부를 하는 평소루틴을 오늘은 뒤로 하고 싶었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멍 때릴까 생각도 했지만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윗집 인테리어 공사 소리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커피향이 가득한 까페가 아주 오랫만에 그리워졌다.

 

노트북과 소설책, 텀블러를 챙겨들고 나왔다.

아주 조금 귀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오늘은 움직이자 라는 생각으로

까페의 통창 너머로 비 내리는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싶었다.

 

비가 와서, 빗소리가 좋아서

그냥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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