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_소설9] 뱅크(Bank-1 부익부 빈익빈)_김탁환 지음

코로나 시대 이후 "K자형"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고들 한다.
그나마 있던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잘자는 사람은 더 잘 살게 되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사는 사회
부익부 빈익빈
이번주 뉴스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게임스탑" 사태를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는 것 같다.
어느 나라도 예외는 없는 것 같다.
돈이 중심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돈이 버는, 그래서 돈 있는 사람이 권력도 장악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이런 양극화가 비교적 현대에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해버리기엔
어쩌면 생각보다 그 뿌리가 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해준 소설을 만났다.
개화기 인천을 배경으로 그 권력을 선점하려는 이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바로 "뱅크(Bank-1 부익부 빈익빈)" (김탁환 지음/(주)살림출판사 제작)
총 3권으로 된 장편소설인데,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도 많은데,
호흡이 끊길 틈이 없다.
그러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대단한 통찰력이다.
개성상인 장훈, 한양상인 홍도깨비, 인천상인 서상진
1868년생 동갑 셋, 장훈의 아들 장철호, 박만식의 아들 박진태, 인천부사 최용운과 그의 딸 최인향,
서상진 객주에 속한 내거간 권혁필, 장훈의 딸 장현주(기생 서운)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다음 세상의 척도는 돈이라고 했다.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으나 기미를 알아차린 이들에겐
광야의 어둠이 두렵지 않았다." (-P13쪽 중, 1876년 정월)
개화기, 문이 열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송상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인물 간 얽혀있는 인생사에 함께 마음아파 하다보면
마치 내가 인천 포구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피 말리는 경쟁은 부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야. 개항이 되고 외국인들이 조계지에 정착한 후부터
10년 동안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어. 개항 전 제물포는 작은 포구였지. 가난했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돈 때문에 행복하거나 돈 때문에 불행한 이는 없었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고생을 했으니까. 개항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벼락부자들이 등장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뜨내기들이 모여들었고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터지게 싸웠어.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금방
알거지로 전락했지. 적당히 얻고 적당히 잃고 적당히 위로하며 사는 건 지금 인천에 어울리지 않아.
이긴 자는 전부를 갖고 진 자는 전부를 잃어. 중간은 없어." (-P235쪽 중)
모두가 가난하던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벼락부자가 생기자 그냥 이전과 같이 가난하던 사람들이 알거지가 되면서 불행해지게 된다고 했다.
벼락부자까지는 아니어도 위로 올라가는 좁은 문 앞에서 피터지게 싸운다가 통과하지 못하면
알거지가 되는 시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흙수저로 신분이 나누어져 태어나는 지금 세대도 불쌍하지만
그냥 똑같이 살고 있었는데 뒤로 밀려나는 신세도 만만치 않게 서글플 것이다.
중간은 없다는 그 말이 참.. 가슴을 아리게 했다.
난 누가봐도 아래이니까.
신세한탄을 하려고 읽은 건 아니고...^^
"풍부한 현실을 두고 문장에 갇히지 마라" (-P34쪽 중)
"상인은 누구에게 어떻게 파는가 하는 흥정에 앞서서 팔려는 상품이 무엇인가가 매우 중요해.
개성이 삼 재배에 적지인 것은 송상에게 큰 행운이지. 삼을 심고 가꾸고 또 팔면서 송상만이
얻은 깨달음을 가르쳐주마. 하나는 인내다. 삼 한 뿌리를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선 6년 동안
정성을 쏟아야 한다.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해마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송상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단다. 한 해 풍년이 들었다거나 또 한 해 흉년이 들었다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들이
바로 송상이다. 또 하나는 동업이다. 동업의 장점은 더 많은 돈을 기반으로 질 좋은 상품을 팔아
큰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힘을 합쳐야 하는 상인들끼리 불화를 일으킨다면 큰 수익 대신
큰 손해를 입지. 송상은 삼을 가꾸면서 더욱 관계가 돈독해진단다. 처음 6년 동안 삼밭을 가꾸려면
계속 돈만 들어가고 수확은 없지 않겠느냐? 그 짐을 한 사람이 모두 지는 것보다 마음 맞는 이들이
함께 돈을 모아 투자하고 관리하면 부담이 줄어드는 법이란다. 돈보다는 같이 일할 사람의 됨됨이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 깊이 새기거라!"(-P37쪽 중, 장훈이 아들 장철호에게)
"똑같은 밤인데도 누군가에겐 영원히 지우고픈 끔찍한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감미로운 시간이다."(-P202쪽 중)
"편지란 것이 묘해서 쓰면 쓸수록 그 바람이 나무처럼 자랐다. 자신이 쓴 문장이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만드는 식이었다. 그 바람에 어울리는 단어들을 넣었다가 지우고 바꾸기를
반복했다." (-P203쪽 중)
"흑룡은 흑룡의 방식으로 백호는 백호의 방식으로!"(-P228쪽 중)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적을 좋아해. 영웅의 멋진 등장을 고대한다고나 할까."(-P241쪽 중)
" "네가 감옥에서 편히 지낼 동안 난 밤낮없이 부두에서 버티며 이겨나가야만 해. 결과는 내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확실하게 드러나겠지"
언제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앙망하는 진태였다. 철호는 봉우리를 빛내는 깊은 계곡 노릇도
이 순간엔 나쁘지 않다고 여겼따." (-P328쪽 중)
1권을 읽고 다음 편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운명이란 것이 참 짖궂어서
동생을 찾자마자 헤어지게 된 철호의 다음 삶이 궁금해지고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뒤 분노를 품고 살아온 진태의 다음 스텝도 궁금하다.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 김탁환 작가님께
작가님 아무래도 저는 작가님의 팬이 된 것 같아요.
노서아 가비보다 더 깊고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이 책이 더 좋네요
활기차지만 긴장감 넘치는 인천 제물포 포구에 나와 있는 기분이에요.
소설책이 아니라 드라마 한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멋진 책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