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책리뷰_소설11] 뱅크(Bank-3 돈의 미덕)_김탁환 지음

swmom 2021. 2. 14. 17:03

 

 

 

 

"뱅크 (Bank-3 돈의 미덕)" (김탁환 지음/(주)살림출판사 제작)

 

 

드디어 끝이 났다.

마지막 100페이지 정도를 남겨 두고

속도를 줄였다.

여운을 더 길게 가져가고 싶어서였던 것일까,

장철호, 박진태, 최인향과 헤어지기 싫어서였던 것일까

소설이라지만 시대적 배경이 된 1910년대의 현실을 알기에 그 후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기대해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일까

 

그렇게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일부러 책을 멀리 했었다.

 

 

중앙은행 설립과 화폐 발행을 하는 것조차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했던 시대,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인물들의 노력,

그 사이에 서로 속고 속이는 힘겨루기까지

실로 대단한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중앙은행의 역할과 화폐의 가치에 대해 잠깐이지만 생각해봤다.

코로나 이후로 각국에서 부양책을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늘어난 유동성으로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뉴스,

그와 함께 개수가 제한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다는 뉴스,

비트코인이 과연 대체화폐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을 보며

이준행, 최용운, 장철호가 화폐 발행을 놓고 고민하던 것이 같이 떠올랐다.

 

"그래도 자본금보다 너무 많은 화폐를 찍어내선 안 돼. 백동화 남발로 그 가치가 폭락하여 고생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몰라. 고객들이 중앙은행은 물론이고 대한제국을 믿지 못하겠다며 화폐 사용을

집단으로 거부하면 중앙은행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아." (-P223쪽 중)

 

적당하다는 것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누구나 만족하는 기준을 충족할 수 없으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논쟁하기 좋은 주제이다.

심지어 그것이 누구나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돈'이라면,

과연 원만한 합의가 가능이나 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

 

"돈 없으면 서러운 거야. 한 푼 없는 거지는 1원이라도 가진 아이 앞에서 서럽고 1만 원뿐인 장사꾼은

100만 원을 번 장사꾼 앞에서 서러운 법이지. 그런 의미에서 대한제국은 참 서러운 나라야. 일본이든

러시아든 프랑스든 영국이든, 한양에 공사관을 가진 나라치고 대한제국보다 가난한 나라는 없으니까.

귀족나라 천민 나라는 없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있을 뿐이야. 난 대한제국을 부자 나라로 만들고

싶어." (-P263쪽 중)

 

코로나 이후 표면화된 양극화 문제를 앞에 두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참 가슴아픈 구석이 많았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벼락 부자와 벼락 거지

벼락 부자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과 허무감

열심히 안 산 것이 아닌데 뒤처져있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의 배신감

내가 어찌 노력해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진 현실에서 오는 무기력함

 

"은행을 잃으면 전부를 잃습니다. 송상이 불철주야 삼을 키우고 장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정당하게 돈을 벌기 위해섭니다. 은행은 바로 그 돈이 모여 있는 곳이지요. 개성에 아무리

거상이 많아도, 귀천이나 빈부나 국적까지도 따지지 않고 문을 활짝 열어둔 채 돈을 모아들이는 은행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모인 돈으로 은행은 더 큰 장사를 하지요. 돈이 돈을 버는 형국입니다." (-P78쪽 중)

 

 

이런 현실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희망을 잃지 말고 또다시 답이 없는 노력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최용운이 죽기 전 딸 인향에서 전하는 말에서 그 답을 얻어본다.

 

"슬퍼하지 말거라. 외로워하지 말거라. 많은 이들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한 세상을 보내는데,

그래도 이 아빈 바라던 바를 이루지 않았느냐. 그 마지막 목표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게 되어

기쁘다. 너도 네 꿈을 위해 살거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당당하거라." (-P439쪽 중)

 

 

놓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이 시기에 만나 더 좋았던 책이었다.

 

 

"장사꾼이 이익을 좇는 족속임을 모르진 않네. 하지만 일찍이 자네 선친도 강조하였다네. 상도商道도 결국

정도正道를 따라야 한다고.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이로움이 어디 있겠는가? 개인의 이로움은

작은 이로움이고 나라의 이로움은 큰 이로움일세.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달라 청하진 않겠네.

이 利와 의 義가 하나 되는 순간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싶네." (-P68쪽 중)

 

 

"활활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던 돈도 청춘도 사랑도 언젠가는 스러지는 법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올해라고

오늘이라고 믿는 이는 드물었다. 거기서 불행은 시작되곤 했다." (-P159쪽 중)

 

 

 

 

"덩치가 커질수록 그림자도 짙고 길어지는 법일세." (-P317쪽 중)

 

 

"대부분의 소설에선 복수를 마친 주인공이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현실에선 복수를 마쳤지만 행복이 찾아들지 않을 때도 적지 않다." (-P428쪽 중)

 

 

# 김탁환 작가님께

작가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겼습니다.

박진태를 살려보내는 장철호를 보며 한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권혁필은 어찌 해야할까요..

어찌 이리 훌륭한 소설을 쓰시냐고 책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펼치는 순간 알았습니다.

그렇게도 많은 참고문헌을 읽고 공부하여 쓴 소설이니,

이토록 몰입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겠지요..

정말 존경합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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