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인의 기록 노트

[책리뷰_소설1]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가와 소스케 지음 본문

독서노트

[책리뷰_소설1]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가와 소스케 지음

swmom 2020. 10. 16. 22:20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
책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신 분
고서점을 좋아하시는 분

집에 있는 책장을 볼때면 책장이 회전해서 뒤쪽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있을 거라고 상상되시는 분

고양이를 많이 좋아하시는 분

생텍쥐페리, 괴테, 볼테르, 뒤마, 마르케스 등 작가의 고전을 좋아하거나 들어본 적 있으신 분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시거나 하고 싶으신 분

가방 속에 책이 있지만 새 책을 사서 까페에 앉아 끝까지 읽고 싶으신 분

 

그런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북큐레이터 하루인입니다 : )

 

책 소개를 하고 처음으로 소설을 소개드리게 되네요

어제 서점에 갔었는데, 가방 속에는 집을 나서면서 까페에 가서 읽으려고 챙겨온

아주 두꺼운 책이 한 권 있었음에도 새 책을 사서 읽고 싶었습니다.

 

먼저 작가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겠습니다.
작가는 1978년 태어나 나고나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9년 '신의 카르테'라는 작품으로 쇼각칸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고 하는데요. 제 흥미를 끈 점은 작가의 필명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조합하며 필명을 만들었는데요. 일본의 유명 작가 '나쓰메 소세키'에서 '나쓰', '가와바타 야스나리'에서 '가와', '나쓰메 소세키'에서 '소' '아쿠타가 류노스케'에서 ' '스케'를 따왔다고 합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ㅎㅎ
책읽기를 좋아한 작가는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구축한 자신만의 세계를 판다지 소설, 이 책을 통해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부모님을 여위고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가 등장합니다. 내성적이고 활동적이자 않은 린타로는 학교를 빼먹고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고서점에 틀어박혀 책읽기를 즐깁니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십니다. 생전 처음보는 고모댁으로 이사 가기 전, 고서점을 정리하던 중 누군가 말을 걸어옵니다. 다름 아닌 얼룩 고양이지요. 얼룩 고양이는 당당하게 갇혀있는 책을 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지요. 고양이에 이끌려 네 개의 미궁을 찾아가고 그 속에서 책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스토리입니다.

첫번째 미궁에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인기 강사이자 집필자, 두번째 미궁에는 빨리 책을 읽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연구소 소장, 세번째 미궁에는 책은 소모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세계 제일 출판사 사장, 네번째 미궁에는 이런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책 자신이 등장합니다.

각 미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린타로는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해주셨던 책에 관한 말씀들과 생각을 되뇌이며 책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봅니다.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거야"(-page 26쪽 중)

고전을 많이 읽지 않았습니다. 읽으려고 했다가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덮은 적도 있고, 필독서라고 해서 억지로 읽기는 읽었는데 얼마 뒤 줄거지도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이해력이 좀 늦은 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극찬한 영화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갸우뚱하다 10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보며 개봉 당시 사람들이 말하던 의미를 되네이곤 합니다. 학창시절엔 이해력 부족으로 덮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힘이 있는 이야기 속에 빠져보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되는게 있어.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은 아니야.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은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통품에 불과하게 되지.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자기발로 걸음를 내디뎌야 하지"(-page 64~65쪽 중)

나름 독서를 한다고 했는데 우연히 지인들과 그 책 이야기가 나오면 이상하리만치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극받고 감동받은 내용도 책을 덮은 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내 걸로 만들지 못하고 단순히 읽고 있었던 거지요. 그때부터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감동 받은 문장이나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적으며 작가님이 그 문장을 쓰실때의 순간으로 잠시 여행하는 착각을 해 보곤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필사만으로도 부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서를 한다는 것, 인풋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풋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독후감을 적었던 공책을 펼치듯 책 소개를 할 수 있는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말입니다. 책리뷰를 하다보니 머릿속에서는 명확했던 것 같은 책내용이 문장으로 나오지 않거나 뒤죽박죽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머리가 지끈해지는 때가 많았습니다. 오랜시간 훈련이 안된 탓이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대충 적고 싶단 생각이 들다가도 책을 집필하느라 고뇌하고 노력하신 작가님들을 생각하면 혹시 내 소개가 누가 되진 않을까 더 고민하며 리뷰를 하게됩니다. 쉽지 않지만 책리뷰를 해보니 책과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책을 쓰신 작가님들과 보이지 않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리고 책을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이전에 썼던 책소개와 비교해볼 수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책을 읽는 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지.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줄 한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어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page 124쪽 중)

저는 등산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4년 정도 산에 못갔지만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한 달에 한 번, 많을 땐 매주 등산을 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책을 읽는 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작가의 표현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도 100% 공감이 되었구요. 작가님은 높고 어려운 산을 오르고 나서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한줄 한줄 음미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어찌 동감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책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책이지만, 더 여운이 깊이 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주는 대사들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항상 이해하기 힘든 법이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page 33쪽 중)

"뭐든지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아무것도 없어. 철학도 사상도 취미도 없고. 겉모습은 풍요롭게 보여도 뚜껑을 열어보면 알맹이는 여기저기서 끌어온 것일 뿐, 빈곤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page 45쪽 중)

"남에게 들은 말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page 54쪽 중)

"무턱대로 서두른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크고 작은 부분들은 놓치는 게 인간이다." (-page 127 쪽 중)

 

"서점에 틀어박히는 건 좋은 일이야. 우리가 걱정한 건 네가 '네 껍질'안에 틀어박혔던 거지"

"내 껍질..."

"껍질을 깨드려" (-page 201쪽 중)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란 건, 달콤한 목소리로 싸구려 동정의 말을 늘어놓는게 아니야. 고민하는 사람과 같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과 같이 괴로워하며 때로는 같이 걸어가는 태도를 말하는거지" (-page 220쪽 중)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page 253쪽 중)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한 소박한 일상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것이 지금 린타로에게 주어진 임무다."(-page 290쪽 중)


주인공들의 대사 중 특히 기억에 남은 대화가 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에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건네는 대답. 전 보통 누군가 고맙다고 하면 아니야, 별거 아니야, 이렇게 대답하거든요. 그런데 고맙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상대방을 높이는 정말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마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어"

"좋은 마음가짐이야" (-page 202쪽 중)

 

 
요근래 소설책이 읽고 싶었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작가님, 아리가또고자이마쓰 : )

 

"책에는 마음이 있지.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론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해. 위대한 힘을 감추고 있는 걸작도,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작도 펼치지 않으면 하찮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게 되는 법이야" (-page 227쪽 중)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는게 아닐까요.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page 261쪽 중)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