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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소설8] 사랑보다 지독하다 노서아 가비 - 김탁환 지음

swmom 2021. 1. 24. 18:23

 

 

분명 책만 반납하고 오려고 했는데

잠깐만 앉아서 읽고 가자 생각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게 된 책,

 

"사랑보다 지독하다 노서아 가비" (김탁환 지음/(주)살림출판자 제작)이다.

 

 

노비 이야기인가? 사람이름인가? 노서아 가비가 머지?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안 커피이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고종이 살던 시대가 배경이다.

집안 대대로 역관을 지낸 아버지를 둔 외동딸 '따냐(최월향)'이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청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황제가 내려준 하사품을 빼돌리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역적의 가족은 노비가 되기에 그녀는 조선으로부터 도망쳐 청, 러시아로 갔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러시아어와 전각이 그녀의 도망자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사기꾼이 된다.

뛰어난 전각 실력으로 모조품을 파는 칭 할아버지를 도와 그림을 팔기도 하고,

러시아 숲을 유럽 귀족들에게 파는 사기도 펼친다.

그러다 자신처럼 숲을 파려는 황인  '이반'(정도령, 종식)을 만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리를 속이고 이중계약을 채결해 한 몫을 챙기기로 한다.

그 뒤 별도의 조직을 운영해오던 그들은

조선으로 와 이반은 역관으로, 따냐는 고종의 노서아 가비를 타주는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다.

 

 

"작은 사기를 칠 때도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지 않는가"

(-page 75쪽 중)

 

사기꾼과 사기꾼의 만남이지만, 따냐와 이반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따냐는 어쩔 수 없이 사기꾼이 된, 중간 중간 그래도 사람을 믿고 사랑을 믿고 마지막 선은 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반은 뼛속까지 사기꾼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에게 진심은 있는 것일까 야속하게만 바라보았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동짓달 보름에 개성에서 만나. 보름달이 훤히 비추는 박연폭포 아래에서

말이야. 한양에서 한달음에 달려올게. 정오부터 기다릴게. 당신이 오지 않으면 해가 떠도 또 다른 밤이 와도 폭포를

떠나지 않겠어. 잊지마, 동짓달 대보름 박연폭포 자정!" (-page 83쪽 중)

 

이반이 이 말을 내뱉을 때 서브여주 정도 되는 출연자가 있었다면 그의 입을 빌려 이 자식은 진짜 사기꾼이야

그걸 왜 모르니 따냐야 라고 말해줬을 것이다.

한편으로 핸드폰이 없던 시절, 그 시절의 이런 약속이 너무 재미있게 다가왔다.

동짓달 보름에 만나자, 정오부터 너가 안오면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못 만났을 때 연락할 수 있는 플랜B가 없으니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약속.

 

"'먼 훗날'로 시작하는 약속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약속할 땐 두사람 모두 진심이더라도, 세월은 둘 사이에 많은

틈을 만든다. 변하지 않는 과거를 붙잡고 살기엔 지금 이 순간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어지럽다." (-page 95쪽 중)

 

 

이 책은 작가님이 1898년 9월 러시아어에 능통한 재주 하나로 아관파천 시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쥐었다가

아관파천 후 몰락하여 이를 견디지 못해 왕이 마시는 노서아 가비에 치사량의 아편을 넣은 실제 일어난

김홍륙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

문헌에 나온 사건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정말 부럽고 놀라웠다.

스스로를 '소설노동자'로 부르시며 공부하고 꾸준히 소설을 쓰신다고 하는데 많은 자극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커피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동안 커피를 몇달 못마시며 난 지독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냥 지독한 두통이 아니라 몇달을 꼼짝을 못했다. 물론 입덧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하루종일 아프고 멍한 머리는 분명 카페인을 호소하는 나의 몸에서 보내는 호소였을 것이다.

안정기에 들어가고 디카페인 커피를 하루에 한잔, 마시며

엄마가 행복한 게 아이한테도 좋대 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대학교 1,2학년 때 까지는 지금처럼 까페가 많지도 않았고 많이 마셨던 것 같지 않은데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부터는 정말 하루 한잔 이상은 꾸준히 마셨던 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해 왔던 일이 있었구나. 커피마시기.

그런데 언젠가 심장이 너무 뛰고 긴장되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게 커피 탓인 것만 같아,

하루에 한잔만 마시기를 새해 목표로 정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말라고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가끔 오전엔 라떼, 오후엔 아메리카노를 나도 모르게 마시고 있다..

 

이런 커피 덕후라 어찌보면 커피가 주인공인 이 책이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해외 여행을 많이 가봤지만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러시아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기도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바리스타(?)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커피에 관한 단 한줄의 깨달음은 이것이다.

내가 아닌 것들이 들어와서 나를 바꾸려 한다." (-page 91쪽 중)

 

"커피는 끝나지 않는 당신의 이야기다" (-page 223쪽 중)

 

 

코로나가 터지고 집에만 있었던 탓에 얼마전 문득 궁금해서 직장을 나가는 올케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회사에 나가거나 약속이 있는 사람들 보통 밥 먹구 까페에 앉아서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 하잖아.

요즘은 어떻게 해?'

 

술을 마주 놓고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도 좋지만,

커피를 앞에 놓고 그 향을 느끼며 토해내는 진실한 이야기도 참 좋았다.

커피가 가지는 그런 매력을 주제로 이런 멋진 소설을 써낼 수 있는 작가님이 참 존경스러웠다.

 

 

- 김탁환 작가님께

작가님 저는 까페에 가면 늘 작가님처럼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까페라떼를 마실까 고민을 하는 사람입니다.

최근에는 까페라떼로 기울었고, 배가 아주 부르거나 단 것을 함께 먹을땐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는 걸로

방향을 잡았지만 주문하고 후회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지요..

작가의 말을 읽으며 동질감을 느껴 혼자 친한 척입니다.^^;;

공부하며 꾸준히 글을 쓴다는 작가님이 정말 존경스러워 많이 자극 받았습니다.

공부에서 끝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토리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정말 부럽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읽어볼게요. 커피 한잔과 함께요^^

좋은 책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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