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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자서전4]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_히사이시 조 지음

swmom 2021. 3. 8. 15:37

 

최근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시 보고

ost에 푹 빠졌다.

음악만으로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며

가슴을 설레게 해주는 ost들이다.

그 음악들을 작곡한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유튜브로 찾아봤는데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는 흑백 영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읽어보았다.

 

바로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히사이시 조 지음/ 샘터 제작)이다.

 

 

 

"창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한두 가지 만들어서는 안 된다. 평생 한 작품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좋은 영화도 찍을 수 있다. 그 방면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서 진심으로 도전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으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작곡가나 소설가,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살아갈 수 있다." (-P21쪽 중)

 

이 책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순간,

모든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1950년에 태어나 일흔 가까이 되도록 작곡가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영화음악 감독으로, 피아니스트로 살아오며

음악과 음악을 만드는 창조성에 대한 그의 의견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그가 만들어놓은 결과물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엿볼 수 있어

저절로 존경심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어쨌든 계속 곡을 만들고 싶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더라도, 그들의 시체를 뛰어넘으면서라도 좋은 곡을 쓰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작곡가의 진정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붙임성도 좋고 남의 말도 잘 들으며, 자애에 가득 차고 매일의 은혜에 감사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성인군자는 도저히 될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곡을 만드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좋은 곡을 만드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P200쪽 중)

 

우리가 하는 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따라서 한번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꾸준히 계속 잘해야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이 시체가 되어가도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넘어 경외심이 드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인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아수라장을 경험하고,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옴으로써 한 단계 성장한다. 높은 수준의 아수라장을 경험하면 그만큼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P143쪽 중)

 

창조적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 않아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나 하고 싶은 일에 임함에 있어서

그의 마인드와 조언은 배울 점이 많았다.

 

"창조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고, 얼마나 많이 듣고,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 하는 것이란 사실이다.

창조력의 원천이 감성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감성의 토대는 자기 내부에 있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다. 그렇다면 축적의 절대량을 늘리면 그 사람의 수용 능력은 저절로 넓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P51쪽 중)

 

본인만의 삶을 풍부하고 깊이있게 만들기 위한 인생 선배의 따뜻한 조언을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는 작곡에 대해 말을 하고 있지만,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 내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작곡자로서 늘 새로운 발상과 함께 내 힘으로 창작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곡을 만들 때는 과거의 경험과 지식, 지금까지 들어 온 음악, 작곡가로서 체득한 방법,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총동원된다. 여러 가지 형태로 내 안에 축적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P33쪽 중)

 

"한 인간의 개성에는 수많은 요소가 뒤얽혀 있다. 감각적인 부분도 있고, 이론적인 부분도 있다. 세속적인 부분도

있고, 지성적인 부분도 있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도 있고, 치를 떨 만큼 싫어하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나만의 독특한 '맛'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나의 약점임을 깨닫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부분도 있다. 창작의 묘미는 이렇게 다양한 면을 겸비한 자신을 총동원하면서도 본인의 의식을 한 꺼풀 벗겨낸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자신의 한계에 도달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새롭고 매력적인 작품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범주 안에서만 승부하면

평범한 작품밖에 만들어 낼 수 없지 않을까?" (-P41쪽 중)

 

"수많은 소리가 넘쳐 나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문득 관심을 가지거나 의식이 향한 소리가 있다는 것은,

그때 그 소리가 내 마음에 닿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것이 바로 직감이 아닐까? 음악과 관계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도

그런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 좋다.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사물, 귀에 들어오는 소리, 코끝을 스치는 향기,

상대와 이야기하다 문득 받는 느낌.... 그런 것에 직감의 센서가 반응해야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뜻밖의 세계가 열리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우연히 다가와서 마음을 감동시킨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것을 만나도 그냥 흘려보낼 수 밖에 없다. 느낌을 기회로 만드느냐 만들지 못하느냐는 그 사람의 직감에 달려 있는 것이다." (-P70쪽 중)

 

"첫 번째는 자기 작품에 대한 집착이고, 두번째는 독선에 빠지지 않는 균형감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인한 정신력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진정한 프로라는 이름을 얻을 수 없다." (-P112쪽 중)

 

 

온 힘을 다하면 하나의 최고의 작품을 내는 건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계속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 사는 삶은 점이 아니라 선이니까.

 

진정한 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집착과 균형감각, 정신력으로 무장된 프로.

한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새롭고 매력적인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대가의 고백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히사이시 조 작가님께

작가님 유튜브에서 summe를 매력적으로 연주하시는 모습에 한동안 멍하니 숨도 참고 보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흐르는 장면보다, 작가님의 그 모습으로 연주를 듣는 기분이 좋더라구요.

언젠가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같이 연주하는 행운을 바라는 건, 너무나 큰 욕심이겠죠?^^)

코로나가 얼른 끝나서 한국에 와서 공연을 또 해주셨으면 정말 좋겠어요.

창작자로서의 삶을 담아주신 이 책을 통해 글을 쓰고 싶은 제가 받은 영감과 반성과 배움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좋은 책 써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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