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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인의 기록 노트
[에세이] 악몽 본문
악몽을 꿨다.
참 오랜만에 악몽을 꿨다.
학창시절에는 악몽을 많이 꿨었는데,
성인이 되고는 현실이 악몽 같아서 그런지,
꿈속에서까지 악몽을 꾸는 일은 적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번씩 악몽을 꾸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오늘은 눈을 뜨고 악몽의 내용을 하나씩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다.
꿈이 그렇듯 사건의 개연성이 전혀 없지만
최근 신경쓰고 있는 일들이 모두 합체가 되어 나온 듯 하다.
아빠의 눈수술, 갑자기 연락한 이상한 선배, 수도 누수 문제..
전혀 상관없는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꿈속에서 펼쳐졌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지막에는 옛집이 나왔다.
꿈속이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비록 쫓기고 있어 앞 베란다로 이삿짐 사다리가 올라오고
현관문 앞으로는 악당들이 올라온 소리가 들려
앞 뒤 꽉 막혀 도망갈 수 없어 포위되어 죽음 밖에 없구나 느낀 순간임에도
그 장소가 내 첫 보금자리이자 소중한 아들을 만난 장소라니...
내가 하나하나 인테리어했던 그 집이 너무 그리웠나보다.
토요일 밤부터 부엌 베란다 앞 실내 쪽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식기세척기에서 셌나?
처음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닦아 냈는데 계속해서 물이 고이자 불안해지고 머리가 아파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기세척기 쪽 싱크대를 열어 뒤쪽을 보니 수도 호수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벨브를 잠그니 물은 안 떨어지는데 싱크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니 업체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수리해야 한다고 한다.
집주인에게 또 연락을 해야 하는구나...
얼마전에 보일러 고장으로 한 번 연락을 했던터라 마음이 무겁다.
내가 잘못해서 연락할 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세입자로 살면서 연락할 일이 최대한 없기를 바랬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자꾸 연락할 일이 생긴다.
영상을 찍어 문자로 소식을 전하고 어떻게 진행할 지 여쭈었더니
관리사무소에서 소개해준 곳 통해 수리하라고 한다.
큰일이 아니면 좋겠다고 바랬다.
혹시 아래집까지 누수가 발생했으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수도를 잠그고 싱크대를 우선 사용 중지했다.
모처럼 휴일에 관리소,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고 청소하고
괜히 서럽다며 신세한탄하며 기분이 별로였는데,
갑자기. 문득. 이건 내 집이었어도 머리아픈건 마찬가지였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세입자여서 서러운게 아니라, 오래된 아파트라 어쩔 수 없고
만약 내 집이었으면, 만약 아랫집 누수까지 발생했다면 더 머리가 아팠겠구나 하는 생각.
그러면서도 결론은 돈을 많이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아파트, 새 집, 내 집을 사서 이런 일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 같은 미안함에, 신세한탄까지 더해져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괴로워 도서관을 왔는데 책을 읽다보니
언제그랬냐는 듯 마음이 다시 누그러졌다.
아직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기분이 이렇게 다시 긍정적으로 바뀐 건 100% 책 덕분이다.
더 많이 읽고 사색하며 보다 나은 나로 변화하고 싶다.
지혜의 힘을 키우고 창의적인 글을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문득 지금의 혼자가 된 이 시간이,
어쩌면 내가 세상을 온전히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40년 가까이 살아오며 사람은 누구가 한번쯤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이 있다.
행복해만 보이는 사람도 아픔을 겪고 불행을 겪고 시련을 겪는다.
다만 그걸 빨리 겪느냐 늦게 겪느냐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의 시간을 겪을 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단단해져 있느냐에 따라
같은 고통이어도 받아들이는 강도는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갈등이 싫다는 이유로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에 마주서기 보다 피하는 쪽을 택했었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부딪히기 보다 가급적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고,
다른사람이 해결해 줄 수 있으면 해결해주길 바랬다.
주체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삶.
그런데 혼자가 되고 보니,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할 아이까지 있다보니
이제 그런 문제들을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해결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더 용기내지 않으면, 내가 더 용감해지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 직전까지 여전히 스트레스 받고
두근거리고 걱정은 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것 같다.
어차피 잘 해결될 거라는 것을.
그래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문제를 직시해 해결하려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그렇게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고, 그 속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하나 더 배운다는 것을.
어렸을 때는 악몽에서 깨면 서럽게 울었다.
퇴근한 아빠에게 안겼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깨서,
아 내가 지금 조금 불안한 심리상태이구나.
내가 보살핌을 받고 싶구나.
힘들었구나.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토닥거리게 되었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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