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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다시 피아노 배우기 -ep.7 나만의 2021년 연말 온라인 콘서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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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다시 피아노 배우기 -ep.7 나만의 2021년 연말 온라인 콘서트

swmom 2021. 12. 12. 17:13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하고

내 삶은 더 활기차고 깊어지고 풍요로워졌다.

수많은 음악가를 알게되었고, 클래식, 재즈, 애니메이션 ost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악보를 보는 것조차 어려웠던 곡들을

피아니스트들처럼 멋지게 연주할 수는 없지만 혼자 연주할 수 있게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뿌듯한.

마치 쇼팽 콩쿨 우승한 것 같은 그런 기쁨이랄까 (음악 전문가분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면 그냥 웃어넘겨주시길)

나에게 작은 성취감을 알게 해준 감사한 악기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취미로 10개월 가까이 꾸준히 피아노를 만나며 누린 즐거움을 혼자 기록하고 싶어서

"나만의 2021년 연말 온라인 콘서트"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아마 내년, 또 몇년 뒤 이 연주를 보면

참으로 부끄럽겠지.

이불킥 할지도 모르고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영상을 올렸는지 모르겠다며

피아노 실력은 높이 살 수 없지만 자신감 하나는 셀프 칭찬해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피아노 실력이지만 누구보다 피아노를 사랑하고

피아노를 즐기는 사람이기에

그 기쁨을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며 시간을 쪼개어 꾸준히 피아노를 배운 나의 올해를 기록하고 싶었다.

 

피아노를 배우며 나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았다.

하루에 한 페이지 진도가 겨우 나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새로운 진도는 못나가고 같은 부분을 무한 반복하며 레슨을 받기도 했는데,

그래도 어느샌가 보면 한 곡의 마지막 부분을 배우고

혼자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나는 그대로인 것 같고 늘 제자리인 것 같은데

어느새 돌아보면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이 7곡이나 된다.

내 몸 중 극히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손가락 하나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집중 또 집중하면서 회사나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 받던 것들을 떠올리며

내 손가락도 내맘대로 안되는데 하물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들이 어찌 내맘대로 될 수 있겠냐며

그건 엄청난 욕심일 뿐이다라고 마음을 다독이게도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시간이 단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악보에 남겨놓은 메시지를 읽고 의미를 해석하고 작곡가와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글로 자신의 생각을 남긴다면, 작곡가는 악보를 통해 남긴 걸테니.

 

어제 그것만이 내세상이란 영화를 보는데,

한지민 집에 있는 그랜드피아노가 너무 부러웠다.

글쎄, 그랜드피아노를 살려면 그에 맞는 집이 있어야 하는데

피아노를 집에 놓고 싶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

피아노를 배우며 부자가 되고 싶은 구체적인 이유도 한가지 추가되었다.

 

언젠가 집안에 진짜 피아노를 두고 연말 콘서트를 여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처럼 한 곡 한 곡 성실히 감사하며 꾸준히 치다보면

내년에는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겠지,

그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내년에 또 찾아주시라.

(커밍순... 뒤늦게 킹덤 드라마에 빠져 보고 2탄은 언제 나오냐고 동료들에게 물으니 1년 뒤라고 했다. 내가 드라마를 본 시점으로 따지면 몇개월 안남았을때였는데, 1년을 어떻게 기다리냐고 마치 세상 무너진 듯 안타까워했는데 다들 다른거 보면서 잊고 지내면 금방 올걸요 했었다. 그리고 체감상 얼마 안 있어 2탄이 나왔다. 나의 온라인 콘서트가 킹덤 급이란 건 절대 아니다. 그냥, 아마, 또 그렇게 1년이 금방 가 있을거라는 한살 먹기 싫어하는 사람의 징징거림 정도로 생각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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