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다시 읽어도 명작이다. 영상으로 봐도, 책으로 읽어도 명작이다. 지안이가 불쌍해서, 정희가 불쌍해서, 동훈이가 불쌍해서, 윤희가 불쌍해서, 그러다 내가 불쌍해서, 울다보면 소리내어 울다보면 속이 후련해진다. 모두의 행복을 빌게 된다.
춘대 : (중략) 사실에 비추면 다 말이 안되죠. 마음이 어디 논리대로 가나요.... (-P50쪽 중)
혼자서 강하게 버티던 지안이 광일을 만난 동훈이 나같아도 내 식구 패는 새끼들은 다 죽인다고 하는 말을 듣고 결국 주저 앉아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9화 엔딩에서 감정이 같이 터져 주체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건데, 나같아도 그럴거 같다고 공감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건데, 동훈이 내게 해주는 말 같아서 내가 듣고 싶던 그 말 한마디를 동훈이 내게 해주는 것 같아서 나도 나의 아저씨를 보며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동훈 :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 옛날 일, 아무 것도 아냐. 지안 : ! 동훈 :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 이름대로 살아 (-P74쪽 중)
어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오은영 박사님의 유튜브 강의를 보는데 부모가 아이에게 잘할려면 마음이 편해야져 한다고 했다. 편.안. 작은 몸뚱이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싸우고 감정들이 뒤섞일 때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던 동훈의 목소리가 떠오를 것 같다.
지안에게 어른처럼 이름대로 살라던 동훈이지만, 속으로 늘 삼키며 모두에게 아픈 손가락인 동훈에게 친구 겸덕은 말한다.
겸덕 : 희생 같은 소리 하네. 니가 육이오 용사야 임마? 희생하게?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이뤄놓은 건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희생했다 치고 싶겠지.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한테 말해봐라. 널 위해서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드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어떤 부모가? 누가 누구한테? 그지 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쩐다 임마 (중략)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라는 단어는 집어치우고. (중략)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P120쪽 중)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사실 제일 마음이 쓰였던 등장인물은 정희였다. 모든 등장인물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고,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봤지만 그 중 유독 정희를 보면서 그랬다. 그러면서도 정희의 솔직함이 부럽기도 했다. 외로움조차 솔직하게 드러내는 정희가 멋있기도 했다. 지안을 보고 우리도 아가씨 같은 이십대가 있었다고 말하는 정희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던 이십대를 지나고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어느 덧 나이는 먹었는데 이룬 건 아무 것도 없는 나를 볼 때면 잘 살고 있는게 맞는지, 이렇게 사는게 맞는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은데 모든 등장인물들이 나에게 응원해준다.
동훈 : (E)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멈춰서 긴 숨을 내쉬고, on) 숨이 쉬어져 (-P266쪽 중)
보통의 드라마는 보는 순간에는 재미있어도 여운이 오래 남지 않는다. OTT를 통해 볼거리가 풍성해진 요즘은, 재생 속도도 빨리해서 보고 건너뛰면서 보고 다 보고는 다음엔 머 보지? 라고 바로 다음 볼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아직 나의 아저씨를 안 본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이 드라마는 꼭 제 속도 그대로 건너뛰지 말고 모든 등장인물들과 같이 숨쉬고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 박해영 작가님께 16화, 약 20시간 되는 드라마를 통해 인생을 이렇게 담아내시는 작가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책을 통해서 작가님이 아끼는 장면과 드라마의 시작과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사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지안의 할머니 봉애가 수화로 전하는,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라는 말,,, 할머니 상을 치르고 후계동 멤버들에게 꼭 갚겠다는 지안에게 제철은 인생 그렇게 깔끔하게 사는거 아니에요 라고 하는 말,,, 아무 것도 아니라던 동훈의 말,,, 이제 진짜 행복하자던 동훈의 말,,, 모든 대사와 장면이 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편안함에 이른 지안처럼 제 삶도 편안함에 이르길 바라며, 책을 덮었습니다. 좋은 대본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