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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음이 복잡한 날에

swmom 2021. 5. 29. 14:57

# 집

어제 쉬면서 보일러가 고장이 나,
집주인에게 설명을 하고 보일러 수리를 했다.
세입자로 살면서 왠만하면 집 주인과 컨택하고 싶지 않은데, 저런 일로 연락하려고 하니 신경이 쓰였다.
부동산에 조언을 구하고,
동네 친구에게도 연락하는 팁을 받고
연락하고 최소한으로 수리 후 청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사이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주인이 집을 매도 하려고 하는데
세입자에게 우선 생각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지금 임대인은 지방에 거주하며 재테크 목적으로 집을 사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비싸게 받는 대신 오래 살아도 되니 계약하자고 했었다.
내가 계약할 시점이 임대차법 말이 나오며 전세값이 그야말로 미친듯이 뛸때라,
생각한 금액을 초과했지만 최소 4년은 살 수 있겠지하고 무리해서 계약한 건데, 황당했다.

새로운 임대인이 들어와살겠다고 하면 또 이사를 준비해서 나가야 하고,
매매 계약이 이뤄지면 은행 대출은 어떻게 되는건지
내년엔 아이 유치원도 가야하는데,
미리 집을 구할 곳을 생각해놓고 추첨을 넣어야할도 애매하고,
여러가지로 머리가 아팠다.

집 없는 서러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속이 쓰라렸다.


# 회사

5일 연속 쉬는 동안 발령이 났다.
관리 업무이다.
장단점이 있을텐데,
두려움이 앞선다.
일은 일일 뿐이고,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배우면서 천천히 침착하게 잘하자 다짐을 해본다.
십몇년 회사 생활하며 잘하고 싶어 욕심이 앞설 때도 있었고, 무리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늘 지쳤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고,
일은 일일 뿐이고
차분히 여유를 갖고 잘 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쉽지 않은 자리인 건 분명하지만,
못 할 일도 아니니까
화이팅 해보자.


# 독서

책을 제대로 못 읽은지 꽤 되었다.
읽고 싶은 책 리스트는 쌓여가고,
읽고 쓰지 못한 독후감도 쌓여간다.
숙제를 안고 있는 기분이다.
책을 덮어도 완전히 덮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찝찝하다.
개운치 못하다.


# 투자공부

5월 들어
매일 보던 유튜브 경제 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
매일 읽던 신문/보고서도 어떤 날은 건너뛰기 시작했다.
투자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그냥 단순히 인풋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듣는 지식도 내 것이 되지 못하고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나가는 느낌이다.
권태기처럼,
투자 공부를 한달 가량 멈추고,
매일 보던 주식창도 안보고,
조정받는 시장 탓에 플러스였던 계좌가 마이너스로 바뀌어있다.

나만의 관점과 생각이 없기에 방치 중이다.
장기 투자가 그냥 사서 두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비자발적 장기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어제처럼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내 경제 상태를 돌아봐야하는 순간이 오면
우울해진다.

내가 가진 많은 것보다
내가 못가진 것 때문에,
기본적인 의식주 중 주에서 오는 결핍감으로
불안하고 걱정된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이다.

돈 때문에 못하는 많은 것들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어떻게 타개할지 움직이지 않는 내가 미워지기까지 한다. 투자 공부를 하고 투자하고, 책을 읽고 노력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이랄까. 회사원으로는 내가 원하는 목표에 갈 수 없음을 알지만 사업을 시작할 용기는 없는 나.
아끼는 노력을 덜 하는 나.

아끼다보면 이런다고 달라지나 생각이 들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내가 무능하게 느껴진달까

이럴 땐..
그냥 잘 견뎌내보자고 생각한다.
이 시간을 견뎌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있고
잘 하고 있는거라고...
그렇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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