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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소설22] 연적_김호연 지음

swmom 2021. 12. 7. 13:23


자주가는 도서관에는 대출 불가한 인기도서 코너가 있다.
그 곳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놓여있었는데,
잠깐 읽었는데 참신하고 잼있었다.
대출 불가하단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정도로.

어떤 책을 빌려갈까 고민 중에 같은 작가의 소설책이 눈에 들어왔다.
연적.

한 사람을 서로 좋아하는 적대관계의 이야기인가.

한 여자를 좋아했던 구 남친들의 이야기는 맞는데,
여자가 죽었다.
한 여자가 좋아했던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다른
헬스장을 운영했던 몸짱 앤디와 왜소한 출판사 팀장 고민중씨가
죽은 전 연인 재연의 유골을 추모공원에서 빼내 재연이 좋아하던 곳에 보내주기 위해 뭉쳤다.
먼가 어리숙하고 현실감 넘치는 두 주인공들이 티격태격하면서
정(?)을 쌓아가다 재연의 복수까지 멋지게 해내는 스토리다.

남해, 여수, 제주에서 응암동까지 정겨운 지역들이 배경이 되어서 그런지
여행을 좋아했던 재연에 감정이입이 된 것인지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작가로 오랜 무명생활을 견디며 요가 강사, 편의점 알바를 해야했던 재연이나
작은 출판사에서 대표의 갑질을 견뎌내야했던 고민중의 삶이
소설 속 가상인물의 삶 같지만은 않았다.

얼마전 잠깐 텔레비젼을 틀었는데,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버티면 좋은 날이 온다고 했다.
재연이 이 수상 소감을 들었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서른의 끝자락인 나도 최근 들어서야 버티면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알겠다.
당장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일을 계속하면
그것 자체로 실력이 된다는 걸 너무 늦게야 알았다.
왜냐면 나는 늘 버티지 못하고,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쪽이었으니까.

왜그렇게 조급하고 왜그렇게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했을까.

그렇기에 한 작품을 몇 년간 다듬고 다듬었던 재연이 참 멋지게 보였다.
여행과 영화. 그녀를 규정하던 두단어.
참 멋진 삶을 살다간 그녀다.

그러니 그녀를 위해 누군가 똥을 투척할 수 있었던 게 아니겠는가 ㅎㅎ


# 김호연 작가님께
작가님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 이야기의 진행, 배경,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 둘이 모텔에서 유골함과 잠을 자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기고
어처구니 없이 유골이 흩뿌려 지는 장면에선 너네 그럴줄 알았어 하고 구박하며
민중, 앤디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앤디의 무대뽀 성격이 밉지 않았지만, 설마 똥을 투척할 줄은 몰랐습니다.ㅎ
저는 작가님의 최신작도 읽으러 가야겠어요.
정말 잼있는 소설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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