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전에는 늘 밤에 잠을 잘 못 잔다.
이른 밤(9시-10시) 정도에 졸려 잠을 청해도, 새벽에는 어김없이 깨서 아침까지 뜬 눈으로 보내곤 한다.
생리 주기를 의식하지 않았을 때는 이유를 모르고 억지로 자려고 노력해보고 괴로워하고 안 오는 잠에 들려고 억지로 노력했는데, 지금은 호르몬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올라타 새벽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지금은. 한달 중. 그런 때이다.
그런데, 오늘은 불안 친구가 찾아왔다.
오늘 다녀온 아이 치과에서 충치가 너무 많이 수면 치료 권유를 받은게 속상해서인지,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아이아빠의 태도 때문인지,
금리 상승 뉴스에 올해 만기를 앞둔 전세를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되서인지,
부자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되서인지,
무수한 고민들이 서로 자기가 우선이라고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아무 소용 없는 자책과 남탓 현실탓이 습관처럼 고개를 드밀려했다. 원천 방어가 필요했다.
책을 펼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반 정도 읽었고, 두번째 읽는데 처음 읽는 책 마냥 새롭다. 아직 왜 제목이 상실의 시대일지 나만의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주인공 모두가 결핍과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라 위로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긴다. 그리고 나도 묘한 위로를 받는다.
고요한 새벽에 읽는 소설은 그 어느 시간대에 읽을 때보다 집중이 잘 되고 재미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에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
이런 새벽이라는 걸 기록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