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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소설4] 베로니카의 눈물_권지예 지음

swmom 2021. 1. 6. 14:07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휴양지에 누워 푹 쉬든, 관광지를 돌아다니든, 단순히 비행기를 타든,

그것도 아니면 면세점에서 쇼핑이라도 실컷 하고 싶다고.

 

여행의 재미를 모르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년에 한두번씩 해외 여행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여행을 할 수 없는 욕구를 다들 품고 살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 하와이에서 유유자적 산책하는 상상을 한다.

혼자 조용한 교토 뒷골목이나, 도쿄타워가 보이는 아자부쥬방 거리를 걷는 꿈을 꾼다.

사람이 꽉찬 공연장 안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뮤지컬을 보던 런던이 그립다.

 

못하니까 더 하고 싶은 것일지도..

 

 

이런 여행 욕구를 채워주려는 듯 만난 책이 있다.

바로 "베로니카의 눈물" (권지예 지음/은행나무 제작)이다.

 

총 6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쿠바, 파리, 플로리다 등 배경도 다양하다.

추리 소설도 아닌데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전개에 집중하고 읽었다.

 

특히 책 제목이기도 한 베로니카의 눈물 속 주인공의 심리가 참 재미있었다.

작가로서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머나먼 이국땅까지 와서

집을 구했는데 옆 방에 지내도 되냐는 도우미 베로니카를 거절하고는

때로는 그녀를 귀찮아했다가 그녀를 기다렸다가 그녀를 걱정했다가 그녀를 미워했다가

그녀를 안쓰러워했다가 그녀를 의심했다가 하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나도 함께 올라타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돈은 중요하지만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 그럼 어찌 사는가가 중요해. 사랑이 제일 중요하지

내 마음에는 사랑이 가득하거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구. 베로니카는 자기 왼쪽 가슴을 어루만졌다.

오오! 미 꼬라손! 미 아모르! 미 비다!(오오 내 심장, 내 사랑, 내 인생이여!)" (-page 60쪽 중)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실망도 모두 다 내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어쩜 상대는 그냥 그대로의 상대방일 뿐인데,

그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내 생각이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이 아닌

내가 상상하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놓고 좋았다 싫었다 하는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해가 풀릴만한 사건이 있으면 혼자 그런 마음을 품은 미안함까지 더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기도 하고

실망하는 일이 생기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하며 본인을 치켜세우며 마음을 닫아버린다.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만,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어떻게 보면 좀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다른 소설들도 참 재미있다.

현실감 있는 소재에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인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 뉴스에서 본 기사를 참조해 쓴 소설도 있다.

기사를 보고 소설로 이야기를 엮어 낼 수 있는 작가의 필력이 부럽기만 하다.

 

다른 때 읽어도 좋았겠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가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 권지예 작가님께

작가님 마치 실제 경험을 들려주시는 것처럼 생생한 글에

아바나, 파리, 플로리다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쿠바에 가면 작가님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재미있는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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