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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소설5] 서울 사는 외계인들 - 이상권 지음

swmom 2021. 1. 8. 14:26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고른 책,

바로 "서울 사는 외계인들" (이상권 지음/(주)자음과 모음 제작)이다.

 

스위트홈이라는 드라마를 본 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처럼 인간들만 사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봤다.

욕망이 만든 괴물이든, 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 같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나이 먹고는 잘 하지 않던 상상의 나래를 머릿속에서 마음껏 펼쳐봤다.

그러던 중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어떤 외계인들이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히키코모리 고등학생 사우가 무화가나무가 있는 2층집에 세들이 살게 된다.

창으로 들어온 빛이 싫어 신문지도 창문을 다 덮은 아이.

집주인 찔레꽃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 미미, 남편 돈키호테씨를 통해

지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위로받고 성장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 실제 외계인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책 뒤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관계에 서툴고 아픔에 대책 없는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사온 첫날 만난 말하는 고양이는 실은 어린시절 외할머니댁에서 함께 했던 고양이였다.

그 고양이를 통해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한 내용이 전해졌다.

 

"수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수많은 세상을 탐험하기도 했지. 난 인간들이 외계인이라고 하는 이들도

수백 명 만났고, 수만 가지의 노래를 들어 보았지. 물론 다 각기 다른 언어로 된 노래들이지.

그래서 살아가는 것들은 다 다르지만 노래는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그리고 살아가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이 휘파람을 분다는 것도 알았고, 지나간 과거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 그래야 과거와 미래도 아름다운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네 눈에 보이는 난 과거 속에 사는 고양이가 아니다. 난 철저하게 현실에서

살고 있어. 네 눈에 보이는 현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또한 인간들이 갈 수 없는 현실 속을

넘나들면서..... 현실이란 무한한 시간이거든. 무화과나무가 품고 있는 저 작은 마당이 무한해 보이듯이."

(-page 239쪽 중)

 

 

마음의 문을 닫았던 사우가 찔레꽃씨를 통해 어렸을 적 엄마에 대한 향수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가고,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통해 한 단계 발전된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뭉클했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넘는 것으로 모자라 마구 침해하는 실수를 범하는 거다.

그럴 땐 생판 모르던 남이 더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또 한발짝 떨어져 다른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계가 발전하기도 하는 것 아닐까.

 

 

서른 후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관계 맺기에 서툰 나역시 외계인이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우린 그 학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저러는 거야.

나비들도 저런 시기가 있잖아? 애벌레로 살다가 고치를 만들어서 어두운 세상에서 혼자 웅크리는 시기가 있잖아?

그 시기가 지나야 화려한 나비가 되잖아?" (-page 29쪽 중)


이 책을 읽으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큰 감나무들이 무성했던 외할머니집과

찔레꽃씨처럼 한글을 읽지 못했지만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 없었던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방학 때 놀러간 외할머니 댁에서 이야기하다, 할머니가 한글을 못 읽는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랬었다.

아니 잘 와닿지 않았다. 어른이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게 당연한 일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살아온 시대에 그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깨닫는 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한글을 몰라도 자식들을 키우고 시장 가서 장을 보고 먹고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던 할머니였지만,

가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물건에 적혀있는 글자들이며 간판들, 모든게 다 그림으로 보이는 느낌...

 

 

눈 앞에 보이는 현실에서 행복해야만 한다.

나의 과거와 미래가 행복해지도록.

 

 

- 이상권 작가님께

잊고 지내던 저의 소중한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작가님 덕분에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댁에서 꿈꾸고 자라던 어린 저와도 만났구요.

정말 많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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