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목돈을 적금 통장에서 빼서 주식에 투자한지 반년이 다 되어 간다.
유튜브에 나오시는 유명 증권사직원분들도 겪어보지 못한 대세강세장이라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투자금을 까 먹지 않고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익을 냈다.
처음에는 3년 동안 7만원 정도 되었던 이자를 받았던 적금에 돈을 넣어두는 건 역시 바보짓이었어
주식에 투자한건 잘한 일이야라며 스스로를 쓰담쓰담 했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큰 수익률을 거뒀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주 적게 수익이 난 것만 같아 기분이 묘하게 좋지 않았다.
이겼지만 이기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
그러다 아주 머리가 띵해지는 일이 있었다.
자녀 이름으로 투자하는 신한금융투자에서는 매월 계좌 잔고 현황과 월간 거래 전체 내역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10월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10월말 잔고와 현재 잔고의 갖고 있는 기업과 수량이 많이 다르다.
근데 그냥 10월말이나 11월말 잔고의 기업을 그대로 갖고 있었으면 어제 종가 기준으로 수익율이 얼마일까
한번 계산해봤다.
결과는 내가 지금이 들어가는때가 맞을까 살까말까 팔까말까 고민하며 보낸 몇개월의 시간이 무색하게
그냥 그대로 가지고 있었을때의 수익률이 두배 가까이로 나왔다.
9,10월 조정을 받고 11월 미국 대선이후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이 올랐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몇프로씩 오르내리는 변동성을 그냥 지켜보지 못하고
고민고민하며 팔고 후회하고 다시 들어갈 타이밍을 못잡아 주가창을 들여다보고 있고 하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주식 고수들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본인의 그릇을 먼저 키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실 그 동안 머리로는 안다고 생각했다.
자녀가 컸을 때 내가 노후에 필요한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고,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좋은 기업에 투자해 성장하는 과정을 같이 격려하며 지켜보자 마음은 먹었지만
매일매일 들려오는 시황과 분석과 잡음에 수익을 실현하지 않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초단타는 아니지만 일이주일 들고 있다가 팔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슈에 주가가 급등하면 팔고 그랬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내가 생각보다 그릇이 작다는 것을 느꼈다.
실력이 부족해 목표 주가를 산정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며칠 사이에 10~20% 급등하는 걸 보고는 이러다 다시 내려갈 것 같고,
갑자기 조정이 와서 빠지면 그때 다시 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슬그머니 발을 빼곤 했다.
이러니 마음에 드는 주식을 사놓고 수면제를 먹으라고 하나보다.
당장 수익율 몇프로 내는 것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야겠다.
무엇보다 내 마음의 그릇을 키워야겠다.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처음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렇게 다시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