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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자서전2] 공항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_정윤 진 지음 본문
벌써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네
대기업 회장 비서실로 발령을 받았다.
면접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후보에 올랐던 사람들은 다 그 자리를 고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단 한 명,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고 기회를 준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용기.
그 단 한사람이 나였다.
회장 비서실인데 주로 사모님 관련 업무를 해야했다.
회사 내에 어떠한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회장님과 관련된 일이라고도 볼 수 있어서 그랬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 조차 그 당시엔 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녀가 아주 특이한 사람이었다는 것.
한달 가까이 전임자가 인계인수를 했는데,
나가는 것이 확실해진 마지막날,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아주 가끔... 욕을 하실 때가 있어요..."
"네? 욕이요? 얼굴도 한 번도 볼 일이 없다면서요...?"
"네.. 전화 상으로요 아주 가끔이에요.."
그 말의 뜻을 알아듣는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집안 행사가 제일 많은 시기에 비서가 교체되었고
심지어 본사 외 지점 비서도 같이 교체 되어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던 그녀는,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를 걸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매번 똑같은 일을 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거 아니니? 라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매번 똑같은 일을 똑같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령 해외에서 어떤 물건이 도착해 집까지 보내야 할 때
어떨 땐 회사 차로 당장 바로 보내야 하고, 어떨 땐 회사에서 보관하다 회장님이 퇴근할 때 보내야했다.
기름값 아깝게 왜 회사차를 마음대로 움직이냐는 핑계로.
그럼 그때 그때 물으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내가 너와 대화하듯 궁금한 건 묻고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전화가 와서 소리를 한껏 지르며 지시를 내려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도
다시 전화로 물을 수가 없어 녹음을 해왔다.
그 소리 지르는 걸 비서실 다른 직원들이 함께 들으며
해석을 해야했다. 나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 왔다.
언제 전화벨이 울릴지 몰라 두근 거리고,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 놀라서 번호를 확인하고,
카톡으로 업무 보고를 하고 어떤 답장이 올지 걱정하고,
그런 날이 이어졌다.
점점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
하루종일 업무를 하고나면 지쳐 누군가를 만나 신세한탄 할 에너지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밥을 잘 못 먹고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한달 동안 5kg이 넘게 빠져 정장을 모두 줄여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는 걸 느꼈다.
가만히 있는데 마치 사우나에 아주 오래 있다 나와서 숨을 헐떡이듯,
심장이 아주 많이 빨리 뛰었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에, 나는 결국 손을 들고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 당시에 내 사정을 알던 몇 명 안되던 지인들은
잘했다고, 니 인생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1년만 버티지.. 다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나와서
좋은 자리 갔는데.. 넌 너무 완벽하려고 해서 문제야'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 앞에서 해댔다.
마치 내가 인내심이 없어서 버티지 못한 사람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데,
마치 세뇌당하는 것처럼 내 스스로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정말 참을성을 없어서 못 버틴건가.
내가 너무 잘 하려고 욕심을 부려서 그런건가.
어느새 화살이 내게도 향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회사는 회사일 뿐인데, 회사에 유난히 애착이 많던 나는
내가 잘 하지 못해서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는 자책감에 힘들어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지내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중학교 도덕 교사가 2019년 스승의 날, 급식 지도를 하던 중
새채기를 한 남학생을 지도하는데 반말로 반항하는 일을 겪고,
이후 학교의 처리 과정에서 공황장애를 겪게 되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
바로 "공항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윤 진 지음/서해문집 제작)이다.
" "...(중략)... 내 생각에는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거 같아. ...(중략)"
분명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때로는 위로가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소름 끼치게 배운다.
모든 사람은 의도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P57쪽 중)
어느 새 서른 후반의 나이가 되었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인데 내가 인생의 주인공인데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고
많이 휘둘리던 20대, 30대 초반의 그 삶이 그 청춘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그런 시간을 겪으며 관계의 폭은 좁아졌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들만 보는 깊이있는 관계가 된
지금이 더 좋다고.
왠만한 일에는 크게 시달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지금의 평안하고 여유있는 삶이 좋다고.
그런데 정말 만약에,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정말 가고 싶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존재 만으로 예쁘던 그 시절을 나는 거부할 수 있을까.
존재 만으로 소중하다는 걸 모르던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서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속마음을 어찌 숨길까.
돌아보니 너무 짧은 이 인생을
하고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헛되이 쓰지 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와 친해지면, 그 누구도 필요 없다. 자신 안에 모든 우주가 있다." (-P141쪽 중)
스티브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은 볼 때마다 자극을 받는다.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Don't be trapped by dogma, which is living with the results of other people's thinking"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타인의 생각의 결과물에 불과한 도그마에 빠지지 말라)
내가 중심인 삶,
나를 돌보는 삶,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삶,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삶,
그런 삶을 살아야한다.
작가는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일곱 가지 행동원칙을 습관으로 정착시켰다고 했다.
1. 매일 좋아하는 차 마시기
2. 매일 좋아하는 음악 듣기
3. 가능한 아주 먼 곳까지 걸어가보기
4. 매일 사랑한다고 표현하기
5. 매일 읽고 싶은 글 마음껏, 충분히 읽기
6. 매일 나의 감정, 욕구, 생각을 글로 쓰기
7. 작지만 소소한 일을 찾아서 실행하기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하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되도록 매일 반복하여 그 일에 성공해야 한다. '완벽하게 해낼 거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저만큼. 그리고 아주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P155~156쪽 중)
이런 행동들이 무슨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이런 소소한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이라는 건 긴 시간을 담고 있다.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시간의 힘이 나에게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 블로그를 처음 할 때 적었던 글을 보면,
두가지 생각을 했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마음안에 가둬두지 말고 꺼내서 마주해 보는 것,
그리고 불완전하고 나약하고 실패를 겪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힘든 상황을 겪으며 지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다.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를 친구들과 공유하던 20대를 거치고
누군가에게 배신당하고 관계에서 실망한 뒤 난 내 마음의 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었다.
또 실망할까봐 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 감정에 타인이 휘둘리게 되면 어쩌나 하는
배려의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니 가끔 나도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니가 원하는게 머야? 라는 물음이 내게 되돌아왔다.
학창시절 매일 끼고 살던 생각노트나 교환일기, 취미로 생각했던 편지쓰기를 통해
글 쓰는 거라면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내 글은 뒤엉킨 머릿속처럼 복잡하고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쓰는 일을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에 시작했던 블로그이다.
누군가가 읽을수도 있다는 걱정과 부끄러움은
두번째 이유로 핑계를 삼았다.
그렇게 내마음을 마주보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하고 글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 마다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 추억할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 좋았다.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잘 표현하는 대화법을 익혀야 한다. 표현해야 상대는 알 수 있다.
그리고 내 안에 쌓인 것을 풀어낼 때 내 몸도, 정신도 건강할 수 있다." (-P199쪽 중)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삶"
고등학교 때 가장 존경한 은사님이 학급교훈으로 이 문장을 썼을 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한 문장의 의미가 깊이가 참 크게 와닿는 요즘이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기보다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사건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자기를 보호하고 마음을 챙기는 방법이다." (-P89쪽 중)
"'두려움의 실체'는 사실 내 스스로 만들어낸 것임을 머리로는 인정하게 되었다." (-P106쪽 중)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외주화' 하지 말고 나와 타인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오롯이 나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나를 찾는 첫걸음이 된다. 나를 찾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P112쪽 중)
" "과거에는 그렇게 어린 시절이나 잠재된 상처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았었죠. 그런데 요즘 추세는 달라요.
현재 왜 '인지 왜곡'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 부분을 변화시키려고 하죠.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어린 시절의 아픔은 하나쯤 다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나는 이런 아픔을 가진 사람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이해해야 돼'라는 논리도 어쩌면 상대에게 폭력일 수 있어요." " (-P138쪽 중, 주치의와 대화 중)
" '거절'과 '관계'를 분리해야 한다. 거절하는 '일'이 부탁하는 '사람'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24시간이 한정적으로 주어진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P145쪽 중)
# 정윤 진 작가님께
작가님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작가님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했습니다.
일상에서의 작은 성공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
거절과 관계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
내가 주인공이 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다시 한번 다짐하며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빠른 쾌차를 바라며 작가님의 제 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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