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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당근마켓의 매력

swmom 2021. 2. 27. 21:33

 

우리 아이는 책을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꽂힌(?) 책은 몇 번이고 읽어도 재미있어 하고 내용을 본인이 이야기해줄 정도로 잘 기억한다.

내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주거나 

우리 현실에 맞게 각색해서 읽어주는 내용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걸 볼 때면

(예를 들어, 해님달님 책을 읽어줄 때 엄마가 떡을 팔러 갈 때 남매가 팽이치기를 하며 놀고 있는 그림을 보고

'엄마가 회사에 일하러 가는 동안 오빠랑 동생이 어린이집에 가서 신나게 놀고 있지'라고 했더니

그 그림을 볼 때면 '엄마가 회사에 가서 오빠랑 동생이 어린이집에 가서 팽이 놀이했다 그지?'라고 이야기한다.)

더 풍부한 표현으로 책을 읽어주고 바른 언어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래서 아이책을 많이 사줘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몇권 없지만) 집에 있는 책들도 잘 읽지 않으니까

도서관에서 그 때 그 때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책들을 빌려와서 읽어주곤 했다.

언젠가 스스로 읽고 싶다는 책이 생기면 많이 사줘야지 생각하면서.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이 6권인데

내가 읽을 책, 아이가 읽을 책 나눠서 빌리다 보니

몇 권 고를 수 없어 고민이 되던 찰라,

몇 개월 만에 당근마켓을 들어가봤다.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내가 필요 없는 물건을 적은 금액으로 팔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 두세번 이용했는데,

코로나에 만나는 것도 불편하고 이사 오면서 필요 없는 물건을 싹 정리도 했고

새로운 동네를 잘 몰라 한동안 들어가지 않다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마침  갈리레이 원리과학 전집 60권을 무료 나눔 하겠다는 글이 있었다.

약속을 잡고 이왕 나가는 김에 다른 책들 올라온 게 있다 보니

대부분 전집은 가격이 비쌌다.

그 중 프뢰벨 테마동화 책 45권이 만원에 올라와있었다.

책 상태야 어차피 도서관에서 빌려읽어도 손 때가 타 있고,

책 읽는데 지장이 없으면 새책이든 헌책이든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약속을 잡았다.

 

다 집 주변이라 10분 이내로 이동이 가능했는데

무료나눔 하는 곳 아파트는 입주민 전용 주차장 밖에 없어 먼 곳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갔다.

아이 책이라 무게를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잠깐 낑낑 대면서 이동했더니 꽤 힘들었다.

프뢰벨 테마동화 책을 파신 분은 디즈니 동화나 다른 책들도 추가로 나눔해주셨다.

 

무료나눔 해주시는 분께는 감사의 편지와 쿠키를 사서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곳에 놓고 왔다.

예전에 내가 무료나눔 한다고 유아용 로션을 올렸는데

몇 천원에 파는 건 채팅이 거의 안 오는데

무료로 올리니 바로 연락이 오고

또 거래 약속이 잡혔다고 하니 인사도 없어 불발되면 연락달라고 당연한 듯 요구하는 게 신선했다.

무료로 나눔을 하겠다고 할 땐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전달하여

잘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해도 사진을 올리고 약속을 잡고,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냥 버릴 수도 있는 건데 그렇게 해 주는 정성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됐다.

더군다나 책은, 우리 아이가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성장할 수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었다.

너무 소소하지만 동네 빵집에서 내가 즐겨 먹는 쿠키를 사서 전달한 이유이다.

 

집에 와서 책을 정리하고 보니,

당근마켓에 참 감사했다.

당근마켓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들을 어떻게 이 가격에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물건들도 그렇지만,

특히 책이 그렇다.

책은 비싼 가격에 사지만 막상 팔려고 하면 제 값을 받지 못한다.

인기가 좋았던 책은 중고도 많아 상태가 좋은 책이라도 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거나 기부를 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알아보기 귀찮아서 혹은 알아봐도 잘 나오지 않아서 마음을 접었던 적이 여러번이다.

더욱이 아이들 책은 보통 전집으로 많이들 사는데

읽지 않거나 한두번 읽는 경우가 많아 새책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책을 그냥 버리면 얼마나 아까운가

 

이렇게 물건의 제 주인을 다시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당근마켓이 참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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