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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소설23] 고스트라이터즈_김호연 지음

swmom 2021. 12. 20. 12:24

이카로스의 웹소설을 대신 써주는 유령작가 김시영.
자신의 미래를 적어달라는 여배우 차유나를 만난다.
그의 글대로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차유나에게 두둑한 보수를 받고
이카로스에게 시원하게 할 말을 하고 떠난다.
고스트라이터즈에 합류하라는 오진수를 만난다.
이카로스 밑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작품을 연재하던 성미은의 소설에 마음이 뺐긴 날,
낯선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초호화 주상복합 3346호에 감금되어
TH엔터 강태한으로부터 개인 원한이 있는 사람을 죽이는 글을 쓰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곳을 빠져나와 자신의 고스트라이터 성미은에게 자신이 두번째 소설을 잘 쓰는 내용을 적어달라고 한다.
김시영이 오진수와 데생맨과 함께 강태한에게 복수하기 위해 글을 쓰는 동안
성미은은 김시영의 이야기로 웹소설을 적어 유명 작가가 된다.

작가가 주인공인 이야기다보니,
작가란 무엇인지, 글을 적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주인공의 입을 빌린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다.
작가가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소설을 적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조금씩 매일 글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당신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매일 글을 쓰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 같다.
믿고, 의심하지 말고 쓰라고 응원해준다.
마치 글감옥에 갇혀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글을 쓰라고 한다.

가장 크게 와 닿은 건,
이야기는 궁금해야 한다는 것.
맞다. 요즘처럼 볼 것들이 읽을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는 건, 사람들이 자기의 시간을 투자하고 소비해서 보는 것들은
궁금함을 유발하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보는 것들도 잠깐이고, 한두번이면 금새 지루해진다.
궁금하게 만드는 건 시간 가는지 모르고 몰입하게 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글을 쓸 것.

글쓰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 있듯이, 유명작가와 무명작가 사이에 '유령 작가'가 있다" (-P20쪽 중)

"그녀도 결국 남의 일을 해주며 먹고사는 대리인생이고, 나 역시 대필을 해먹고 사는 유령작가다. 밤이 되면 이 도시의 취한 사람들마다 대리기사를 부를거고, 지금 이 차를 모는 버스 아저씨도 자기 버스가 아니니 결국 대리운전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남의 걸 대신 해주고 사는 대리인간들일 뿐이다." (-P22쪽 중)

"사람은 인생의 마디가 되는 때를 맞으면 자꾸 숫자를 헤어리게 된다. 나는 주문처럼 숫자를 되뇌며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잊을 수도 또렷이 기억할 수도 없게 된다." (-P25쪽 중)

"정확히 세 시간 반 동안 반 페이지를 썼다 지우고, 다시 다섯 줄을 썼다 두 줄만 남겼다. 그리고 지금 다시 두 줄을 읽어보니 엉망이었다. 지웠다." (-P94쪽 중)

"4장. 작가란 무엇인가? 글 쓰는 사람이다. 글쓰기를 계획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책을 요약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글쓰기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들도 모두 글쓰기가 아니다. 글쓰기는 실제로 글을 쓰는 것이다. -E.L.독타로" (-P104쪽 중)

"믿어. 믿음에는 증거가 필요 없고, 그렇게 믿어야 가치가 있는 거다." (-P116쪽 중)

"어쩌면 작가는 평생 무언가를 씀으로서 자기 내면을 치유하며 생을 견뎌야 하는 불치병 환자일지 모르겠다." (-P122쪽 중)

"사람이 너무 착하면 좋은 소설가 되기 힘들어요. 소설이란 게 뭐예요? 이야기란 게 뭐예요? 다 주인공에게 일이 터지고 문제가 생기고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갈등이 벌어지고. 그걸 해결하고 그러는 게 이야기의 본질이잖아요." (-P130쪽 중)

"절제와 성실을 겸비했다면 지금쯤 나는 몇 권의 소설을 완성했을까?" (-P147쪽 중)

"글감옥. 어쨌거나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써내지 않으면 출소일을 맞이할 수 없다. 이곳에 나를 가둔 녀석은 작가라는 생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는 뽕잎을 먹고 비단을 짜내야 하는 잠사에 갇힌 누에다." (-P155쪽 중)

"미은이나 난나 모두 결핍이 있는 자들이었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이야기를 써야 했을 뿐이다. 그 결핍이 남이 아니라 나로부터 온다는 걸 미은처럼 깨닫기 위해선 내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P228쪽 중)

"어제는 내게 총구를 겨눈 놈에게 달려들었고, 몇 대 맞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래, 살아남았으면 살아남은 것에 대해 쓰면 된다. 작가에게 특별한 경험이란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써라.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써다." (-P268쪽 중)

"궁금해야 돼. 궁금해야 된다고. 만화책 아무리 재밌어봐. <무한도전> 시작하면 책 던져버린다. 웹툰 아무리 웃겨봐. 여자 카톡 오면 창 닫고 카톡질 한다. 근데 궁금하면? 궁금하면 카톡 씹고 본다고. <무한도전>? 재방송으로 보고 만화책 붙잡는다. 핵심은 뭐야? 궁금할 것! 자고로 뭐든 이야기는 궁금해야 하는 거라고." (-p275쪽 중)

"그는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서 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 이야기를 읽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풍요로워지길 바라며 쓴다. 그와 독자들은 이야기를 나눔으로 풍요로워지고, 살아 있다고 느끼고, 행복해진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힘이 들었다. 지칠 때마다 그는 책상 옆 벽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이작 디네슨의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그래. 희망하지 말 것, 절망하지 말 것, 매일 조금씩 뭐라도 할 것. 그렇게 그는 곡식을 씹듯 글귀를 곱씹고, 다시 글을 썼다.
조금씩, 매일." (-P334쪽 중)


# 김호연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작가님, 연적, 불편한 편의점에 이어 세번째 만남이네요.
소설책을 읽는데 글쓰기 강연을 들은 것처럼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님의 깊은 통찰을 주인공들을 통해 아낌없이 나눠줘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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