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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노트

[에세이] 잠시 쉬어가라는,

swmom 2022. 4. 13. 20:01

2022년 4월의 시작은
씁쓸했다.

갑작스런 엄마의 요관암 통보,
신장까지 제거해야한다는 수술,
근무 일정을 조절할 새도 없이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다.
아이를 같이 간호해준 엄마가 옮으면
수술도 못 받는데, 설령 코로나 완치 후 수술을 받아도 면역력이 떨어져서 어떡하나...
앞으로 회사는, 육아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한가지 만으로도 벅찬 고민거리가 한번에 같이 오니 오히려 다 놓게되었다.
회사에서 인정 받고 싶단 마음도 내려놓게 되고,
일하면서 얻는 즐거움도 내 것이 될 수 없구나 체념하게 되고,
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받아들이게 된다.

무엇보다 세상 유일한 내편인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간이 왔음을 느낀다. 가슴이 아린다.
책을 읽으려해도 집중이 안 되서 방금 읽은 부분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나고 주인공들의 감정에 몰입이 잘 안된다.
모든게 부질없이 느껴지는 날들이다. 올해는 게다가 꽃핀걸 한번도 보질 못했다.
봄꽃들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꼼짝 없이 지내고 있다. 어젯밤 잠들지 못하고 누워
새로 시작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봤다.
예쁜 제주의 모습과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등장인물들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일 뿐인걸 잘 알면서도 마치 제주 어느 마을에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이 드라마는 특히나 더 그랬다. 장날 시금치를 파는 김혜자 고두심 배우의 모습은 30년도 더 된, 외할머니와 외할머니 여동생을 시골 장에서 봤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여운이 남는 드라마다.

씁쓸한 나의 4월을 조금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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