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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소설28]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_김이설 지음 본문
여동생이 남편에게 폭력당하는 걸 보고 아이둘과 여동생을 집으로 데려온 주인공은
조카 둘을 맡아 키우기 시작한다.
여동생은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학원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고
엄마와 아빠도 바깥일을 한다.
조카 둘 양육부터 집안일은 온전히 주인공의 몫이다.
그런데 아무도 고생한다 한마디 하지 않고,
주인공의 꿈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주인공의 인생에 대해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조카 둘을 키우기 위해 존재했던 사람인 것처럼 대한다.
시인이 되고 싶어 뒤 늦게 대학을 가고 글을 쓰던 주인공은
조카 둘을 재우고 집안일을 끝내고야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갖게 되지만
고된 일상에 글을 쓰는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초만이라도 흰 종이 앞에 앉지 않는다면 죽어버릴 것 같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참 아프다.
집이 관처럼 느껴진다는 그 고백이 마치 내 속에서 나온 말 같아 눈물이 맺혔다.
"쓰고 싶지만 써지지 않았다. 연필을 잡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벙어리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누구에게든 털어놓으면 이 갑갑증이 좀 나아질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글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의 전공이, 마흔 살이라는 중압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조카들에게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 나의 현실이, 내가 자처한 족쇄에 엉켜 탈출할 수도 없는 이 집이, 나에게는 육중한 관처럼 느껴졌다. 내 안의 언어를 꺼내지 못한 실패자가 된 나는 필사 노트를 펼쳐 시집의 한 페이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천천히 베껴 써 내려갔다." (-P42~3쪽 중)
나도 그랬다.
육아를 하며 하루 종일 한살 아이 언어로만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알고 있던 단어들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었다.
제대로 된 문장은 욕심이다.
단어 하나 하나가 외국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도 책을 읽고 내 문장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에 필사를 시작했었다.
연필을 쥐고 공책에 한글자 한글자 눌러 쓰는 시간은
마치 내 몸에 타투를 새기듯 멋진 문장들이 내 머리에 새겨져 똑똑해지길 바라는 기도 시간 같았다.
이런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은 타고 나는 걸까.
정말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매일 열심히 쓰면 써지는 것일까.
"내 마음의 가장 깊숙이까지 꺼내 볼 줄 모르는 눈으로는 세계를 응시하는 깊이에 한계가 있을 터였다. 무의미한 일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데에 미흡했고 나만의 언어를 만드는 직조 능력도 부족했다. 인생의 얕은 경험은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게 했고, 좁은 시야로는 너른 세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압축하지 못했다." (-P75쪽 중)
"그 사람과 나는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을까. 그걸 가늠하고 헤아리는 건 의미 있는 일일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 의미를 다하는 상태였다. 사랑하기까지의 시간과 사랑한다는 고백까지의 시간이 제일 황홀한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 그다음의 순서는 사랑을 즐기고 사랑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헤어지는 것뿐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P88~89쪽 중)
혼자가 된 후 며칠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과 요일을 잊고 배고픈 줄도 모르고 잤다는 주인공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며 못한 것을 하기로 다짐한다.
술을 진탕 마신다든가,
심야 극장을 간다거나,
긴 시간을 들여 목욕을 한다든가,
매운 음식을 잔뜩 시켜 먹는다든가,
이건 육아를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희망사항이다.
아이가 잠들고 지쳐서 마시는 한모금의 맥주가 아닌 다음날 걱정 없이 꽐라가 될 때까지 마시는 술자리,
아이가 깰까봐 귀를 열어두고 조마조마 하는 목욕이 아니라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지며 하는 목욕 시간,
아이 밥은 어떤 걸 챙겨주지, 같은 집에서 시켜야 배달비가 덜 나오지 같은 생각은 떠올리지도 않고
속이 쓰릴 정도로 매운 음식 시키기
"필사 노트는 계속 늘어났다. 혼자 지내게 되었다고 곧바로 시가 써질 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밤새 언어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므로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시집을 읽거나, 몽상을 하거나, 끊임없이 단어를 열거하거나, 심지어 잠을 자는 것마저도 최선을 다했다." (-P171쪽 중)
아이를 키우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다.
늘 당연히 하던 집 앞에 분리수거하러 내려갔다 오기, 커피 사러 나갔다오기 등 잠깐의 외출도 자유롭지 않기에
나에게 주어진 1분 1초를 정말 최선을 다해 사용한다.
시간의 양은 줄었지만 그 시간을 사용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짐으로해서 질은 훨씬 좋아진 것이다.
잠시만이라도 나로 살기로 했다는 주인공의 삶을 응원한다.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P118쪽 중)
# 김이설 작가님께
제목에 왜 우리의 정류장이 들어가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건넨 "주저앉지 마"라는 말을 듣고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던
집을 나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 주인공이 다시 힘차게 출발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요?
책을 읽고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공부하는 시간이 행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노트에 적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속에 들어와 나의 문장과 생각이 되길 바라면서요.
언젠가는 나의 생각으로 저자들처럼 멋진 글을 써야지 바라면서요.
주인공같은 언니가 있으면 참 좋겠다 부럽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라는 응원을 제게 보내주셔서,
멋진 책 써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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