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D+862 혼자 책 읽는 아들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도 너는 엄마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했단다.

특히나, 자기 전에 엄마는 정말 깜짝 놀랐어.

'보라'가 주인공인 "내맘대로 하고싶어" 책을 갖고 침실에 들어와서는

엄마가 평소 읽어주는 대로 똑같이 정말 똑같이 소리내어 책을 읽는

너를 보며 엄마는 울지 않을 수 없었어.

더 많이 놀아주고 읽어주지 못한 미안함, 

엄마가 평소에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있는 너에게 했던 감정적인 표현에 대한 후회,

특별히 잘해주지 못했는데 영특하게 잘 커주고 있는 너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을 거 같은 느낌.

 

배안에서 꼬물대던 너를 기다리며

한없이 부족한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불안하고 두렵기만 했던 시간들이

벌써 까마득하구나.

언제 크나 했는데 잠든 너를 볼때면 훌쩍 자라 있어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너와 함께 하는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또한번 느끼게 된다.

 

미안해하기보다 더 많이 사랑해줄게 아들아

엄마도 아직 862일밖에 안된 엄마라 부족하지만,

네가 어느 순간 혼자서 책을 읽을 정도로 커서 엄마를 놀래킨 것처럼

엄마도 너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도록 하루하루 성장할게

 

사랑한다 아들아

 

 

#선우의동화책낭독목소리

엄마 : (걱정하는 목소리로) 보라야 밖에 바라미 쌩쌩 불어

보라 : 그래

해설 : 그냥 나갔더니 (진짜 기침 하듯이) 에~취 에~취 기침나요

오빠 : (화난 오빠의 목소리로) 보라야~ 내가 먼저 보고 이써자나

보라 : (새침하게) 흥 나는 만화 볼거야

해설 : (못알아듣겠음...) 보라가 리모컨 들고 이거 들고 해봐요

        (엄마해설: 보라는 혼자 만화를 보고 오빠는 부엌에 가서 엄마랑 놀아요)

동네 언니 :  보라야 안녀영

보라 : 부끄러워서 그래 (엄마해설: 부끄러운 보라는 인사를 안하고 엄마뒤로 숨었어요)

해설 : 여기도 보라가 앉아이따 (엄마해설: 부끄럼쟁이 보라는 놀이터에서 혼자 앉아 있어요)

오빠 : 고냥이 꼬리 잡으면 고냥이 아파 (엄마해설: 보라는 고양이랑 꼬리잡기 놀이 하는거라고 우겨요)

(엄마해설: 페이지 몇장을 뛰어넘어 젤 뒤로)

보라 : 엄마 보라 마음이 머라고 그래요?

엄마 : 으~응 보라 맘이가 쑥쑥 자란대 (여기서 엄마 눈물 터짐 ㅠㅠ)

(엄마해설: 다시 페이지 앞으로 돌아와서)

보라 : (심술궂은 목소리로) 아 내맘대로 하고싶어!!

(엄마해설: 페이지 더 앞으로 넘어와서) 

가족들 : 보라는 욕심쟁이야 보라는 어쩌구저쩌구 (못알아듣겠음) 엄마는 식탁에 앉으라하고

           할아버지는 어쩌구저쩌구 이거 보라 잡은거 안된다 힝 (엄마해설: 고양이 꼬리를 말하는 듯)

선우 : (책 내밀며) 엄마가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