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인의 기록 노트

[에세이] 자가에서 전세로 - ep6 덤덤하게,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본문

일상노트

[에세이] 자가에서 전세로 - ep6 덤덤하게,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swmom 2020. 9. 20. 18:57

이사 전날, 어떤 기분일까 난 무얼하고 있을까 생각했었다. 많이 슬프겠지? 많이 허전하겠지? 아이에겐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제 더이상 내 집이 아니네.. 세상 유일하게 평안을 주던 내 공간에서 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변하기 하루 전날. 난 평소처럼 이 동네에 살며 내가 제일 자주 왔었던 까페에 왔다.

늘 발디딜 곳 없는 곳이었는데 코로나로 이 곳도 비어있다. 낯설면서 포근하다. 마지막 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회사일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기 전 멍때리고 싶을 때 난 이 곳에 와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나른한 주말 오전 한껏 잠을 자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난 이 곳에 와서 커피와 베이글을 먹었다.
친한 언니가 보내준 10만원 선불카드로 임신 기간 중 난 이 곳에 와서 책을 읽으며 태교를 하고 엄마가 될 준비를 했었다.
육아를 하며 지칠 때 난 이 곳에 와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졌었다.

참 고마운 곳이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

한강을 걸었다.
어제 오늘 유난히 날씨가 좋고 하늘이 예쁘다.
한강에서 보는 노을은 더 예쁘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때는
귀찮아서 안 간 적도 있다.
이제 언제든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아쉽다.

안 올 것 같던 시간이 왔다.
그동안 많이 울고, 많이 웃으며 지내온 이곳에서의 시간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덤덤하게,
마치 저녁이면 퇴근하고 다시 찾아올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

안녕,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728x90